미국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북한의 인권 실상

6·25를 앞두고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정일리아’, 탈북자 출신 감독이 굶주림과 인권 탄압에 시달리는 북한 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겨울나비’, 남북을 오가며 무엇이든 배달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풍산개’, 6·25 당시 치열했던 고지 쟁탈전을 소재로 한 ‘고지전’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정일리아’는 미국인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북한의 인권 실상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는 N C 하이킨 감독(사진)의 ‘김정일리아’는 해외에서 먼저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009년 제작되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으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개봉되어 관심을 모았다.

“친한 친구가 김정일의 정부였거든. 권력자들의 사생활을 알고 있다고 수용소로 끌려갔어. 내 가족 피붙이가 다 죽었지. 원한에 사무친 북한이여.”

무용수 출신의 김 할머니는 수용소에서 부모와 남편, 세 아이를 잃었고 다른 자녀는 고문으로 혼수상태가 됐다. 김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북한 권력자에 대한 저주를 내리며 울먹거렸다.

영화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12명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곡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수용소에 갇혔던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 김철웅, 가족과 함께 작은 보트에 몸을 맡긴 채 남쪽으로의 탈출을 감행했던 군인 박명호, 또한 죄목도 없이 체포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3대 숙청이란 명목으로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던 9세 소년, 수용소에서 태어나 어머니와 형의 공개처형 장면을 강제로 목격해야만 했던 소년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을 울린다.

영화는 두만강 유역을 비추며 “지난 10년간 30만 명의 북한 주민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전한다. 어렵게 중국으로 건너가도 자유의 몸이 되기는 힘들다. 중국 공안에 잡히면 바로 북송되기 때문에 신분을 감춘 채 억울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5년여간 성매매에 종사해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적신다.

외국인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감독은 분단의 이유나 남북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의식은 영화에 넣지 않았다. 대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을 고발하는 데에만 초점을 뒀다.

무용가 출신으로 브로드웨이에서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감독의 경험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여성 무용수들의 춤으로 표현된다. 감독에 따르면 경찰 제복을 입은 여성이 점점 격렬하게 춤을 추며 무너지는 모습은 획일성에서 벗어나려는 북한 주민들의 욕망을 형상화한 것이다.

N C하이킨 감독, 강철환·신동혁 등 출연. 6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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