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는 일에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있을까?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중 하나다. 전쟁 중에 희생된 호국 영령에 대한 추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이다. 하지만 ‘나라를 지킨 사람들은 남자밖에 없는 거야?’라고 묻는 딸아이의 순진한 질문에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래 그 어렵고 힘든 시기에 여자들은 과연 뭘 했을까? 일제하 암울했던 시기에 남편과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애끓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6·25전쟁의 고통 속에 여성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각종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행해지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호국 영령에 대한 묵념’의 시간에 여성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역사의 굴곡 앞에 남성과 여성의 삶이 다를 리 없다. 남성들과 함께 위기의 순간에 나라를 구하고자 뛰어든 여성들에 대해 모르는 바도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幸州山城)에서 왜군의 공격에 긴 치마를 잘라 짧게 만들어 입고 돌을 날라서 석전(石戰)으로 적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행주대첩의 여성들이 그렇고, 섬유·의류·봉제 등 수만 명에 달했던 근로자 중 대다수를 차지했던 18세 이상 25세 이하 여성 근로자들이 그렇다.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부모님의 생활비와 오빠와 남동생의 학비로 자신의 배움과 꿈을 접어야 했던 수출산업의 역군들이 아니던가.

아쉽다.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던 여성들이 이제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엄밀히 따져볼 일이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저항은 물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던 선배 여성들의 삶을 기리지 못한 후배들의 잘못이 크다. 자신의 삶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전하고자 했던 그들의 가르침을 다음 세대로 전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잘못이다. ‘여성가족부라는 단체는 없어져야 한다’는 한 남성 블로거의 무지함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군가산점 부활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면 여지없이 두 동강 나는 슬픈 현실과 왜 여성가족부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남성, 혹은 여성들이 줄지 않는 현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물론 일차적 책임은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양성 평등한 사회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 관계자들의 몫일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는 일이 남성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성공과 실패는 과거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을 외치고 싶은 6월이다.

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