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일·가정 양립, 어디까지 왔나?
‘여성’부총장ㆍ기획처장 ‘아직은 이례적’
양일선 연세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지난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여성 부총장’에 임명됐다. 연세대는 4개 단과대학의 학장이 여교수이고 45명 교무위원 중 5명이 여성이다.
김선희 전북대 교수(의학전문대학원 생리학)는 서은경 교수(반도체과학기술학과)에 이어 여성으로 대학교의 연간 업무기획 및 대형 국책사업 유치 등을 관장하는 기획재무처의 수장이다. 이 대학은 여교수가 출산한 해나 그 전후 1년에 한하여 승진에 필요한 연구실적을 100% 인정해주고 있다.
공주대는 신규채용을 할 때 여성교수를 채용하겠다고 요청한 학과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여교수 비율이 낮은 공과대학의 정원 배정에 이 제도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여성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 여성이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가 하면 우수한 여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대학들은 제도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여교수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보육시설 및 승진 심사에서도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변화는 일부 대학에 그치고 있고, 미국 유럽 등에 비해서는 수준이 한참 뒤떨어진다. 국내 대학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일-가정 양립제도 지원 현황을 살펴본다.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보고서’(2010년)에 의하면 4년제 대학 학과(부)장 이상 보직자 중 여성 비율은 10.7%이고 이 가운데 국공립 대학은 8.7%로 더 낮다. 실/처장급 보직간부 중 여성은 단 7명으로 사립대학의 5분의 1 수준이다.
보육시설 설치기관은 23곳으로 전체 4년제 대학의 15.4%. 한 해 동안 육아휴직 이용자는 4명(0.2%), 산전후휴가 이용자는 20명(1.1%), 보육료 지원 수혜자는 28명(1.5%)에 불과했다. 수치상으로 본 대학의 현실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연세대나 전북대의 사례는 아직은 이례적이고 선도적인 뉴스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일·가정양립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기술분야만 보더라도, 전체 여성과학기술인력 중 절반 이상(56.5%)이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2010년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보고서). 대학에는 여교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위과정 학생이나 포스닥 등 출산육아기에 있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있고, 이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장차 우수 인재가 되느냐, 가정으로 돌아가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은 영유아 보육의 수요가 높을 뿐 아니라, 동시에 보육지원정책의 성공확률도 매우 높은 곳이다. 다양한 교육정책과 연구정책이 보다 평등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도 여교수의 확대와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에서의 일·가정 양립 지원은 대학 내 여성이 이미 기득권을 취득한 안정적인 환경이라는 이유에서, 혹은 여교수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수혜 대상이 소수라는 이유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학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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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는 여성보직자 비율이 10%(2009년)로 전국 국공립대학 평균치(7.4%)보다 높고, 이공계 대학의 여성 과제책임자 비율(7.9%)도 4년제 대학 평균(7.3%)을 웃돌고 있다. 또 2001년 7%이던 여교수 비율이 2009년 12.1%로 증가했고 양성평등위원회를 교수협의회의 상설 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경북대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지원한 ＇여성과학기술인 친화적 기관혁신사업＇을 지난 5년간 진행했고, 올해부터는 ＇경북대 여교수회＇를 통해 ＇여성과학기술단체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지속적인 양성평등문화 확산과 학내 제도·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순자 경북대 교수(전기전자컴퓨터학부)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시작은 어려웠지만 정부 지원사업을 몇 년간 운영하면서 양성평등 우수대학에 선정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는 경북대 안에 머무르지 않고, 대구경북권 4개 대학에 여교수회를 설치·지원하고 우리의 노하우를 전하는 등 확산과 공유에 힘쓰고 있습니다. 여교수회의 숙원사업인 보육시설 설치도 멀지 않았습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대학의 고급여성인적자원 개발과 활용을 활성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 및 교육·정보제공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 교육환경의 개선을 통해 우리 대학이 사회적인 양성평등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송은경 eksong@wiset.or.kr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정책협력사업팀장
(문의전화 : 02-3277-46345)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http://www.wise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