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에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해

저축은행 금융비리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현 정부는 금융감독 부실과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한 투자신탁 업체의 사외이사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 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박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가 삼화저축은행 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본인(박지만)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러면 끝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당장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그냥 동생 얘기만 듣고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까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곧이 듣겠느냐”며 “박 전 대표가 당당하다면 박지만씨를 자진출두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저축은행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각종 비리와 부실 경영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이 참여정부 시절, 건전 경영 및 산업발전 공로 포상을 무더기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내 386세대의 대표 주자격인 임종석 전 의원의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저축은행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으므로 국정조사에 최대한 참여를 자제하고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위의 위원장은 반드시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으로 하고, 전체 위원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비교섭단체에 할당해야 한다”는 일부 야당의 주장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비리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금융비리 사건과 관련된 각종 게이트들이 독버섯처럼 번졌고 국정조사를 포함해 특검까지 실시했지만 부패와 비리는 척결되지 못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라는 대증요법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 핵심에 연고주의에 입각한 뒤틀리고 왜곡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 금융 비리와 금융 당국, 정·관계를 망라한 로비 의혹 뒤에는 고교 동문 간 연결고리가 끈끈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선저축은행 대주주인 박연호 회장을 비롯해 은행그룹의 핵심 수뇌부가 모두 같은 고교 동문이었다. 박 회장 등은 사업 확장과 자금 조달은 물론 금융권과 정·관계 로비에도 학연을 활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감사원, 금감원, 금융위 등과 같은 권력기관들이 학연과 지연에 바탕을 둔 로비에 속수무책이었다.

만약 이런 기관들의 핵심 직위에 여성들이 포진돼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작금의 금융 비리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핵심 요직에 여성들이 포진되면 필연적으로 조직문화가 변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성 지배적 구조 속에서 만연돼 있는 불법 로비가 먹힐 여지가 없다. 이번 저축은행 비리 사태는 다시 한 번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왜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부패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이들 국가는 공직과 기업 등의 고위직에 여성의 참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진정 부패와 비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여성의 참여와 사회의 청렴도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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