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500만 명 ‘육박’…엄마와 딸이 함께 보는 ‘효도 영화’로
자매애 재조명…“아줌마 익명성 벗고 꿈을 회복하다”
옛 추억을 회상하려는 듯 여고 동창생끼리 삼삼오오 모여 극장을 찾은 사람도 눈에 많이 띄었다. 친구와 영화를 먼저 본 딸들은 엄마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때문에 영화에는 ‘효도 영화’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부모님과 함께 극장을 찾은 직장인 이상희씨는 “영화 보는 내내 웃고 우느라 바쁜 엄마의 모습을 보며 문득 ‘아, 엄마에게도 소녀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다”고 말한다.
영화는 1980년대를 살았던 일곱 명의 여고생들이 2010년 중년의 나이가 되어 추억 속 친구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엄마가 ‘칠공주’였다고 얘기 안 했나?”
평범한, 아니 그를 넘어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살아가던 영화 속 나미(유호정)의 대사처럼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이름을 잃은 채’ 살고 있던 여성들에게도 찬란하고 눈부신 한때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지나 영화평론가(동국대 교수)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 기운이 나게 하는 영화”라며 “특히 아줌마들이 익명에서 벗어나 소녀 시절의 꿈을 회복하는 장면이 중년 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고 평한다.
영화를 본 주부 김소희(경기도 과천시·35)씨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남편과 아이가 남긴 음식을 아침으로 먹으며 라디오로 위안을 삼는 주인공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더라”며 “마치 내가 학창 시절 그리운 친구와 추억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소위 ‘칠공주’라 불리며 학교를 주름잡았던 클럽 ‘써니’의 멤버들은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주위에 꼭 한 명씩은 있을 것 같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5년 후인 2010년 어른이 된 모습으로 다시 영화에 등장한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는 과거와 현재를 합해 주인공이 14명이나 되는 것이다.
영화는 최근 ‘세시봉 친구들’로 시작된 추억의 음악과 뮤지션을 재조명하는 복고 열풍과 무관치 않다. 특히 영화와 동일한 제목의 ‘서니’(보니 엠)를 비롯해 영화 ‘라붐’의 명장면과 함께 사랑받은 영화 OST ‘리얼리티’(리처드 샌더슨), ‘타임 애프터 타임’(턱앤패티) 등의 친숙한 멜로디의 팝송과, ‘빙글빙글’(나미), ‘꿈에’(조덕배) 등 당시 히트 가요들을 적절히 배합했다. 문화 콘텐츠가 1020 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3040 세대로까지 적극적인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신의 추억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알려주는 영화”라며 “감독이 던져주는 추억거리를 관객이 조립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 영화의 흥행 이유”라고 설명했다.
재력가였던 춘화가 죽고, 형편이 여의치 않은 친구들에게 유산을 나눠주는 것이 유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지나치게 극적인 해피엔딩은 영화의 옥의 티다. 그럴지라도 그동안 간과됐던 여성들의 우정과 의리를 재조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송효정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건강한 웃음과 눈물을 주는,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추억 속에 머물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으로서의 자아실현은 부족해서 아쉽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