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참기름 강좌에 골목 사진전·인디밴드 공연 등
축제는 이 지역의 상인들과 축제 스태프들이 마련한 각종 무료 강좌와 전시, 공연들로 이루어졌다. 지역의 5개 카페에서는 피아 란징게르, 이상원 등의 전시가 열렸고, 작가와의 대화, 커피 시연 및 와인 시음회, 아티스트 벼룩시장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축제의 책임기획을 맡은 김남균 그문화 대표는 “이 지역은 화력발전소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문화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 유입된 인구가 많아 이들이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지켜온 주민들과 이질화돼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골목의 상권을 활성화 시키고자 했다”고 축제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축제에는 지역의 터줏대감과 이주민들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가득했다.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명소를 가이드와 함께 산보하고 지역 상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 등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행사가 대표적이다.
30년 역사를 간직한 동네의 산 역사인 조규식 의성참기름 대표는 참기름에 대한 강좌를 열었고, 신생 카페인 ‘K.265’에서는 신명건 사진작가의 ‘상수·당인 지역 골목 사진 전시’를 개최했다. ‘옷 파는 당고집’에서는 일본식 경단인 당고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행사도 열렸다.
골목에서 6년째 설렁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석훈·이세원 부부의 설렁탕 강좌도 인기였다. 가마솥 작업만 24시간 가까이 걸리는 데다, 사골만을 사용하기에 뼈에 붙은 살을 다 제거한다는 설명 등 소소한 이야기였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씨는 “골목에 상가가 몇 개 없었는데 2년 전부터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골목길이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각종 문화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였던 것은 단연 인디밴드들의 공연이다. 근처에 거주지나 연습실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든 이 지역과 연을 맺은 10여 개 팀의 재능 나눔이 이어졌다. 홍대 주변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인 ‘시와’ ‘달콤한 소금’ 등의 공연은 미리 소식을 듣고 찾아온 팬들로 공연장으로 활용된 카페가 꽉 찼다. 그런가 하면 이 축제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신예 밴드도 있다. 보컬과 건반 김다혜, 바이올린 주은주, 젬베 김영도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유희친구’가 그들.
대학생 김새롬씨는 “친구와 지나가다가 바이올린 소리가 좋아서 들어오게 됐는데 좋은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공연이 끝나면 전시가 열리고 있는 다른 카페들에도 들러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상수·당인 지역은 1830년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 발전소가 들어선 곳으로 유명하다. 이 일대의 골목은 근대 서울의 발전을 상징하던 발전소와 길 건너의 화려한 홍대 앞과는 달리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홍대 중심가에서 파생된 문화 거리가 이곳에도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 지역축제 ‘오월 어느 날’은 기존의 생활공간들이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상업주의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