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페미니스트 위해 ‘제3의 물결 재단’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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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성공하려면 남자처럼 행동하라고 했던 적도 있다. 지금까지 여성 남성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건 바로 여성운동의 성과다. 그런데, 그 다음은 지금까지는 여성이 세상에 맞춰왔으니 이젠 세상이 여성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 다음 과제가 아닐까.”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에이미 리처드(사진)는 다음 세대를 대표한다. 1990년대 성형·낙태 등의 이슈를 가지고 활약했던 그가 지난 5월 24일 이화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이화리더십개발원이 연 ‘사회변혁을 위한 여성 리더십과 미디어 운동’ 토론회에 참가한 데 이어 문화미래 이프, 서울시의회 여성특위가 공동 주최한 간담회와 제주포럼, 제주 여신기행 등에서 한국 여성들과 낯을 익혔다.

그는 특히 여성 리더십의 ‘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여성 리더십엔 굉장한 진전이 있는 것 같다. 국가·기업·대학의 수장이 여성인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는? 특히 전통적 리더십에 대한 통념으로 힐러리 클린턴이나 세라 페일린 같은 여성들은 잘 알아도 소녀들을 위해 많은 모금 활동을 한 헬렌 헌트는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리더십을 우리 스스로 사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프리덤 서머’(Freedom Summer) 프로젝트를 통해 15~30세 사이의 영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제3의 물결 재단’(The Third Wave 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다. 세대 간 ‘차이’의 문제가 그토록 심각했을까.

“재단을 만들 당시 ‘페미니즘’ 용어보다는 그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도가 강했다. 페미니스트 단체 활동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많았고, 이들이 당면한 세세한 현실적 요구에 일일이 부응하기 위해선 NOW(전미여성기구) 등 기존 여성단체들만으론 역부족이란 생각도 했다.”

에이미 리처드는 1995년부터 페미니스트닷컴에 ‘에이미에게 물어봐’란 온라인 칼럼을 연재 중이고, ‘엄마의 자기 선택적 사회 참여: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아이 기르기’ 등 페미니즘과 모성애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한편으론 지난 15년간 수백 번의 강연, ‘오프라 윈프리 쇼’, CNN 시사 프로그램 등 수많은 매체에 출연해 페미니스트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미즈 매거진, 위민스 이뉴스 등에 의해 ‘다음 세기를 빛낼 21명의 리더’에 선정된 바 있다.

“여성 전문 미디어가 생겨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기존 주류 미디어들이 ‘여성’ 미디어란 대안이 있기에 여성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거나 제대로 다루지 않는 건 큰 문제다. 사실 많은 여성문제의 원인을 주류 미디어의 왜곡된 시각 탓으로 돌리기는 쉽다. 그러나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하자면, 여성 스스로 여성매체가 뉴욕타임스 등 거대 매체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을 바꿀 때다. 동시에 오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이해하고 이를 기존 전통 미디어들이 제대로 가치를 인식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기존 언론매체들에 던지는 그의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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