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수들의 전력투구 모습 감동적…대중음악 콘텐츠 다양화 기대
프로 가수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 신드롬이 거세다. 포털사이트마다 출연 가수들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관련된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오르내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나가수 신드롬’의 주역은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를 앞둔 임재범이다. 다음tv팟에 따르면 임재범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 3건의 조회 수는 5월 23일 현재 1100만 클릭을 넘어섰다. 절판된 앨범 ‘메모리즈’에 재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6월 열릴 콘서트도 예매율 1위를 달리며 흥행몰이에 한창이다.
‘나가수’는 노래가 주는 본질적인 감동을 느끼게 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씨는 “기획 가수, 기획 상품이 주류가 된 시대에 베테랑 프로 가수들이 능력을 100% 이상 보여주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음악을 향해 직진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임재범은 “‘나가수’는 가수들에게 있어 꿈의 구장”이라며 “링에서 권투선수의 핑계는 전혀 필요 없다. KO 당하면 끝”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했다. ‘노래의 장인’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중을 열광시킨 것이다.
‘나가수’ 자문위원단장을 맡은 장기호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보통 가수가 10년 이상 노래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평범한 연주를 하기 쉽다. ‘나가수’는 미션 곡에 대한 새로운 음악적 해석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며 “가수 이전에 작곡가와 편곡자, 연주인들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 대중음악 콘텐츠를 다양화할 것이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한국 음악을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임재범은 음악의 스토리텔링화를 보여줬다. 인위적이지 않은 거친 야생성에 굴곡진 인생 역정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몰고온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자화상’에 임재범 얼굴 사진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무대를 씹어 먹는 것 같은”(지상렬)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무대 밖에선 딸과 암 투병 중인 아내를 걱정하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혀줬다.
강헌씨는 “임재범은 오십을 앞둔 보컬리스트로 최절정기를 지난 나이인데도 모든 인간적인 고뇌를 드라마틱하게 노래에 담아 들려줬다”며 “고난을 넘어선 늙은 사자, 극적으로 귀환한 아버지의 모습이 노래를 넘어선 감동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로커 윤도현도 수혜자다. 22일 소녀시대 ‘런 데빌 런(Run Devil Run)’이라는 파격적인 선곡을 한 윤도현은 여성 아이돌의 노래를 록 스타일로 완벽하게 각색했다. 최악의 목 상태로 이날 스피커까지 동원해 랩을 불렀다.
대중음악계에서는 가요계를 점령한 아이돌 음악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발, 새로운 문화시장으로 떠오른 중장년층의 호응이 ‘나가수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나가수’ ‘쎄시봉 콘서트’ 연출자인 신정수 PD는 “쎄시봉 콘서트의 성공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중문화 주도계층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문화 트렌드는 세대보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