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1133호에 실린 속시원한 상담소 코너 ‘양성애자 여고생의 고민’에 대해 의견을 전달해 드리려고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요청한 주인공은 본인이 양성애자라고 생각하는 17세 여고생이었습니다. ‘여자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좋아하는 여자’도 있습니다. 그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여러 논문과 연구 등에서 조사된 바로는 성소수자들의 최소 50% 이상이 10대 때부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성에 대한 호감과 애정을 ‘우정’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상담은 이들의 고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아닐 뿐더러 청소년기의 성소수자들에게 적절한 조언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정체성에 대한 모색과 탐구는 평생에 걸쳐 진행될 수 있고 생의 어느 시기에서나 그것 자체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양성애자로 인식하고 그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어 외롭고 답답한 여학생에게 필요한 조언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커밍아웃할 수 있을 것인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도움이 될 만한 지지집단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과 모색을 보다 현명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성애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성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왜곡이나 혐오 없이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고립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스스로를 혐오하는 우를 범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고려할 부분과 가능한 선택지들을 제시하여 당사자에게 적합한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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