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드림웍스에 감독으로 입성한 여성 감독 여인영(39·Jennifer Yuh Nelson)씨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연출작인 ‘쿵푸팬더2’(제작 드림웍스, 수입·배급 CJ E&M)의 개봉에 맞춰 내한했다. 16일 왕십리 CGV에서 열린 국내 시사회 현장에서 만난 여 감독은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찾고 내적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실제로 우편 담당자가 경영진으로 발탁된 사례가 있을 만큼 능력과 아이디어만으로 인재를 판단하고 발굴하기로 유명한 드림웍스 내에서도 아시아계 여성인 여인영씨가 감독을 맡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큰 이슈였다. 여 감독은 ‘쿵푸팬더1’의 스토리 총책임자(Head of Story)로서 참여하며 풍부한 감수성과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드림웍스의 CEO 제프리 카젠버그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고.
그는 “일반적인 감독들은 목소리가 큰 남성이 많지만, 나는 보시다시피 작은 목소리, 작은 체구의 여성”이라며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동료들이 더 열심히 경청하고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 감각은 무술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목되는 폭력성도 상쇄시켰다. 쿵푸팬더의 모든 캐릭터는 무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외양도 부드럽고 안고 싶은 캐릭터로 표현됐다. 그는 “물론 전투 장면은 심각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한편으로는 피의 표현을 안 하는 등 폭력적이지 않은 화면을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역대 애니메이션 관객 부동의 1위에 빛나는 ‘쿵푸팬더1’의 후속작 제작은 여 감독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1편의 작품 그 이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정성을 쏟았고 캐릭터들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스케일을 확대함으로써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편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여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간 재미교포다.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하고 졸업 후 1994년부터 1997년까지 HBO에서 6편의 TV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다.
여 감독은 한국과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는 원빈이 주연한 ‘아저씨’를 꼽으며 “남편과 나는 ‘아저씨’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블루레이 디스크를 7개나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줬다”며 웃었다. 더불어 “중국 무술에 관한 영화를 제작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며 “한국의 역사와 전통, 우화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쿵푸팬더2’에서는 잭 블랙, 앤절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먼 등 전작에서부터 활약한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더불어 게리 올드먼과 양쯔충(楊紫瓊 양자경)까지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 점도 화제를 모았다. 여 감독은 이들 스타에 대해 “그들은 매우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라며 “잭 블랙은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도 포의 쿵푸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열정을 보여줬고, 졸리는 카리스마 있는 타이그리스 역을 소화하다가도 녹음 부스 밖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고 그들과의 작업 과정을 즐겁게 설명했다.
여 감독은 연출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힘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가 사랑하는 스토리를 발굴하라”고 주문하면서 “앞으로도 ‘쿵푸팬더3’의 작업뿐 아니라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