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기대 앉아 책을 읽다 어딘가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의상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하다. 단색 드레스에 우아한 자세로 책을 펴든 자태는 당대 유럽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던 패션 리더의 전형을 보여준다. 로코코적 관능을 대표하는 화가 프랑소와 부셰가 그린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후작 부인의 초상화다.
17~18세기 유럽 궁정의 화려한 문화를 보여주는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 특별전’이 8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당시 왕과 귀족, 왕과 밀애한 정부들의 자태를 부각시킨 회화와 조각공예 등의 애장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공예 박물관인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의 상설 전시실 일부가 리모델링 공사를 함에 따라 그 안에 있던 유물이 전 세계 순회전을 하게 되면서 성사됐다. 덕분에 1600~1800년대 유물 101점이 국내 첫나들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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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세기 유럽을 풍미했던 바로크·로코코 양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화려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신대륙 발견과 절대왕정으로 유럽 왕실에 가장 많은 부(富)가 축적됐던 시기여서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가 강했던 만큼 담배 상자에도 다이아몬드나 금으로 장식하는 게 유행이었다.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 이후부터 근대 이전의 궁정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며 “바로크는 한마디로 떠들썩한 시대로 드라마틱한 양식과 운동감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이 시대는 궁정과 살롱이 문화의 중심이 되면서 화려한 장식미술이 꽃을 피웠던 시기다. 궁정은 문화예술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소비자였다. 장엄하고 힘찬 바로크 양식은 로코코 시대에 들어와 궁정 귀부인들의 취향이 반영되면서 우아하고 경쾌하게 변모했다. 바로크 시대에 정치나 철학 등 진지한 주제가 논의됐다면 바로크의 막바지인 로코코 시대에는 재치 있고 가벼운 가치들이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그림, 공예품, 가구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군주와 그의 여인들이 궁중 문화에 남긴 호사스런 자취, 영토 전쟁이 빈번했던 그 시절 전쟁이 미술에 미친 영향, 화려한 세공으로 공들여 만든 종교 미술품, 궁정과 귀족의 집을 장식한 가구와 도자기, 그들이 자신을 가꾸는 데 쓰던 옷과 장신구를 따로 모았다. 전시는 궁정 생활의 네 가지 측면인 전쟁의 중요성, 종교의 역할, 평화로운 실내 인테리어의 예술, 호화로운 옷과 장신구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정의 일상과 예법을 지배했던 종교적인 유물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전시의 또 다른 재미다. 왕실이 믿는 종교에 따라 유물의 종류도 조금씩 변모하고 있는 것. 가령 가톨릭 미사 중 사용되는 성작(聖爵 포도주를 담는 잔)은 보통 크기가 작지만 러시아정교회의 것은 넓고 크다. 이는 가톨릭에서는 사제들만 ‘성혈’을 마시지만 정교회는 모든 신자가 마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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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이색적인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먼저 디자이너 이상봉이 만든 특별 작품인 로코코풍 드레스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코너가 있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디자이너 이상봉은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예술을 재현한 의상 2벌을 선보인다. 또 바로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5월 21일 마친 카메라타안티콰서울을 시작으로 콜레기움무지쿰한양(5월 28일), 앙상블포럼 21(6월 11일), 바흐솔리스텐서울(6월 25일)이 차례로 연주된다. 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오후 5시에 시작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문의 02-2077-9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