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임금격차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여성임금, 남성의 63.5%에 불과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 편견부터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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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63% 안팎에서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2년 연속 남성을 추월하고 신규 임용 법관의 65%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질 만큼 여풍(女風)이 거세다지만 여성들의 노동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기만 하다.

올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0 한국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36.5%로 나타났다. 남성의 임금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여성의 임금 수준은 63.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기간 실제 여성이 받은 평균 임금은 195만2000원으로 남성(307만2000원)보다 월평균 112만원가량 덜 받았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임금격차)은 1993년 54.6%, 1995년 58.0%, 2000년 62.9%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남녀 임금격차는 2005년 63.6%, 2007년 63.0%, 2008년 63.2% 등으로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심하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8% 덜 받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다음으로 일본(33.0%), 독일(23%), 캐나다·영국(21.0%), 미국·스위스·핀란드(19%) 순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7.6%의 2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한국 경제가 규모 면에선 세계 10위권이지만 질적인 측면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악화된 여성의 노동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여성 노동자의 63.4%가 비정규직(2010년 8월 통계청)이며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4.8%에 불과하다.(2010년 10월 통계청)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남녀 분리호봉제처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 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여성 노동자 수가 증가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여성은 임금이 낮은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내놓은 일자리는 자녀 양육, 간병, 노인 보호 등 대부분 저임금에 고용도 불안정한 돌봄 노동에 집중돼 있으며, 이 업무는 대부분 여성들이 맡고 있다.

황 회장은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개수 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다 근로 조건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남성의 임금은 가정의 주 수입원, 여성의 임금은 부수입으로 보는 등 저평가되고 있는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개선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도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해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은 어렵다”며 “일·가정 균형을 위해 정책적으로 육아문제를 해결하고 근무평가 방식을 성과 중심으로 바꿔 승진 제약을 줄이는 등 완성도 높은 노력이 함께 이뤄질 때 고질적인 임금격차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별 임금 차이는 장기근속, 직책, 사업장이 소속된 지역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특히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해 직장 보육시설 확대, 유연근무제 확대, 육아휴직급여 확대 지급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임시직, 일용직 등 질 낮은 비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등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과 사업장 점검 등도 병행해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BPW한국연맹(전문직여성한국연맹)은 오는 21일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Equal Pay Day)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교적 저임금을 받는 판매직, 서비스직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고, 특히 경력단절에 따른 승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력단절은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근속 연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로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3.6년으로 남성(6.2년)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여성들은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할 때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서 임금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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