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는 1982년 군에 입대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수류탄 폭발 사고로 두 눈을 잃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절망은 잠시뿐, 그는 곧 “두 눈으로 보이는 가시거리의 한계가 은연 중에 정신의 한계선이 돼왔음”을 깨닫는다. ‘자살’을 꿈꾸던 그가 ‘살자’고 마음을 고쳐먹은 순간 암흑은 그에게 장애가 아니라 “한계가 없는 무한”으로 기능했다.
송씨는 사하라사막 레이스 이후에도 중국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아프리카의 나브리사막, 칠레의 아타카사막 레이스를 완주했다. 전라북도에 최초로 시각장애인도서관을 설립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문까지 발행하고 있다.
책은 감동적이다. 1급 장애인이 사하라사막 250㎞를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지만, 내면 세계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위안과 치유를 말하는 다른 여타의 책보다 송씨의 글이 더 진솔하고 깊은 마음의 울림을 주는 이유다. 송씨는 “달리면서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겸손해지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물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는 “큰아들이 자원봉사자로 사하라사막에 함께 갔는데, 내가 쉽게 포기를 하면 아이의 사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 견뎌냈다”고 사막마라톤 첫 출전 당시를 회상했다. 아버지의 삶은 아들들에게도 살아있는 교훈이 됐다. 과외 한 번 시킨 적이 없지만 큰아들은 임용고시를 패스하고 공군장교로 복무하고 있으며, 작은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사막마라톤 선수로 참가해 세계 최초로 부자가 나란히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현재 육군장교로 활동 중이다.
6박7일 동안 레이스를 하면서 그려낸 사막에 대한 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느끼고 이를 생생한 글로 재현했다. 부르튼 발바닥의 통증, 목이 타는 갈증, 모래폭풍의 공포, 분열되기 직전의 정신 상태에 대한 증언은 현실성을 더한다.
송씨는 오는 6월에는 중국 고비 사막마라톤에, 9월에는 호주 캥거루 마라톤 대회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장애라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장애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와 함께 사막을 넘어 세상을 향해 전파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