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했고, 곧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비대위원장은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및 방식, 당권 및 대권분리 규정 재논의 등 전당대회의 전반적인 ‘룰’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띨 전망이다.

최근 끝난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는 당을 쇄신하기 위한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이라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힘 있는 분이 당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존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의 공동대표가 돼야 한다는 황당한 제안까지 나왔다.

한편, 나경원 의원 등 당내 중도개혁 성향 의원들은 당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범 쇄신연대 추진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이대로는 내년 총선도, 대선도 어렵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28.9%인 반면, “야권을 찍겠다”는 응답은 38.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확연히 앞선 곳은 대구·경북 지역이 유일했고,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그 격차가 오차 범위에 속했다. 특히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인천·경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선호도가 야권 후보에 비해 8~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진정 한나라당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쇄신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왜 한나라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첫째, 당이 청와대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리모컨을 켜면 움직이고 끄면 정지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역동성과 자생력이 없는 정당에 누가 지지를 보내겠는가. 둘째, 친이-친박 간에 골육상쟁의 계파정치가 판을 쳤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가와 국민보다 자신이 속한 계파 이익에만 앞장서고, 자신의 소신보다는 계파 수장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과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이라 여기는 계파 수장의 눈치만 보는 국회의원을 어떻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셋째, 끊임없는 공약 불이행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시 ‘경제만은 살리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약속했지만 서민들의 삶은 팍팍함을 넘어 절망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여기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같이 공약 불이행으로 반정부 정서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정부를 어떻게 지지할 수 있는가. 한나라당이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명백해진다. 단순히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총선에 대비하자는 이른바 ‘박근혜 역할론’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이런 처방은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했을 때 앵무새처럼 똑같이 나오는 것으로 진정성도 없고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변화와 쇄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 핵심에 당의 암적 존재라 할 수 있는 계파를 해체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계파를 해체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이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존의 무기력하고 노쇠하며 부자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이른 시일 안에 젊고 역동적이고 서민적인 보수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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