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구심점으로 전 세계로 운동 확산하고파

 

장철영 기자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장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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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이오?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20년간 스님처럼 할 생각 없으면 지금 당장 운동을 집어치우라고요. 그때 ‘왜 그래야 할까요?’ 되물었어요. 나같이 운동하는 평범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만약 내가 그 분의 말씀처럼 희생하며 내 삶을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더라면 이 운동을 1년도 채 못 했을 걸요. 어떤 면에선 회사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재능을 통해 어떻게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늘 고심하는 거죠.”

운동은 고행이 아니에요…즐거운 일상이죠

‘인폴루션제로’의 박유현(36·사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아직은 미약하지만 새로운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다.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시민운동 하기에 아주 어려운 나라”라 “시민운동을 한다고 하면 종교단체처럼 헌신적이거나 정치색을 띤다고 보는 단순한 앵글”식의 통념이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익을 위해 얘기하는 것이 희생으로 간주되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듯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가 이끄는 ‘인폴루션제로’는 ‘information’(정보)과 ‘pollution’(오염)을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음란 폭력물 등 유해 정보와 개인 정보 유출 ‘오염’을 막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의 시민운동 단체다. 그는 서울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던 소위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이었다. 이런 그가 인터넷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부터다. 현재 5세, 3세 남매를 두고 있는 그는 “인터넷을 몰라야 할 나이”의 또래 아이들이 인터넷, 심지어 스마트폰 환경에까지 친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이런 상황에선 모든 생활공간이 위험해질 수 있고 평범한 사람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대학 동료였던 대만계 미국인 밍치 카오와 스탠퍼드 의대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조시 잭맨 그리고 남편 조남준 박사와 시민운동의 첫 발걸음을 뗐다. 처음엔 일종의 공익적 취미 활동이어서 일과 병행했으나 나날이 재미를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귀국한 것을 계기로 아예 서울 명동에 사무실을 내고 ‘풀타임 NGO’로 나섰다.

“2007년 산전후 휴가 당시 그 전엔 바빠서 못 하던 인터넷 서핑을 실컷 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죠. 미국의 인터넷은 구글이 넘버원인데 보통 검색창만 떠 있거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구성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엔 실시간 검색어가 수시로 뜨고 너무 많은 콘텐츠가 담겨 있죠. 게임 프로그램으로 바로 연결되기도 하고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접하는 광고가 성인 사이트인 경우도 부지기수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음란 사이트 자체보다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접속하는 공간에선 성인 콘텐츠로의 접근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콘텐츠를 아이들이 손쉽게 다운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 문제예요. 더구나 한국은 인터넷 접속률이 세계 최고고, 다른 나라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초고속 인터넷을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터라 그만큼 위험 체감도가 더 높죠.”

최근 국회를 통과해 곧 시행을 앞둔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에 대해 당연히 쌍수를 들어 찬성할 것 같은 그가 오히려 회의를 표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미국에선 여기의 셧다운제 같은 제도에 대한 논의가 연방법원에서부터 재점화되고 있다고 해요. 유사한 법이 있었으나 사실상 잠자는 법이었죠. 가령 폭력 게임 같은 유해 프로그램을 대형마트 등에서 살 수 없게 유통단계서부터 봉쇄를 하자는 그런 근본적인 방안이 얘기되고 있어요. 이에 반해 한국에선 단 한 가지에 논쟁이 집중돼 있는 느낌이에요. 게임 업계 측과 경제논리로만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좀 더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봐요. 이 모든 논의에서 아이들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이는 뒤로 밀려있지 않은지 자성도 해보고요.”

그는 인폴루션제로가 벌이고 있는 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엄마와 함께 3일’ 캠페인을 실례로 든다. 캠페인은 엄마와 아이가 각자 이름으로 서명한 후 컴퓨터, 스마트폰 등 집안 내 디지털 기기를 체크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엄마와의 협력 속에 아이가 스스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시간 조절과 통제를 가능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유해 환경 논란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선 어쩜 그렇게 부모와 아이가 나누어야 할 당연한 기본 정보와 대화가 부족할까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과 이에 대한 인정이에요. 게임에 그토록 빠져드는 것도 성취에서 오는 인정 때문이죠. 마치 성적을 잘 받았을 때 부모가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중요한 건 바로 아이들의 ‘오너십’(ownership)이죠. 아이들이 (게임을)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셧다운제나 국가가 이를 막을 수 있겠어요?”

아이들에게 게임 못지않은 성취감과 인정 줄 수 없을까

그는 아무리 어린 나이더라도 아이들이 자율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세 살 딸에게 스마트폰을 자꾸 가지고 놀면 눈도 나빠지고 상상력도 자라지 않는다고 다소 어려운 설명을 해주더라도 대강의 뜻은 이해한다는 것을 체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조금 더 큰 다음에 네가 이것을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어. 이제 이것을 엄마가 끌까, 네가 끌까?” 물으면 으레 자신이 알아서 전원 버튼을 누르는 ‘선택’을 한다는 것. “엄마와 약속했으니 요만큼만 해야지” 하는 개념이 이 세 살 꼬마에게도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게임 하는 나쁜 아이들을 통제하기보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인격과 오너십을 갖게 도와주고 ‘선택권’을 주는 것”이 어른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올 연말쯤 바이오 엔지니어인 남편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싱가포르로 터를 옮긴다. 그러나 그의 작업 공간은 국경이 별 의미가 없는 온라인이기에 오히려 인폴루션제로 운동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호기로 생각한다. 콘셉트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문화운동이다. 이미 이와 관련해 질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 민·관 협력 하에 그 활용도를 높이고 “정말 실효성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 어떤 면에선 그가 벌이고 있는 운동 자체가 인터넷이라는 대상과는 맞지 않게 상당히 고전적으로 느껴진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은 이들이 ‘원칙론적인 얘기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죠. 그렇지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라면 어떤 법이 들어가도 다 구멍이 나게 돼 있고, 싸움만 나고 반목만 나지 않겠어요?”라고 되레 반문한다.

‘인폴루션제로’란 개념은 시아버지인 조백제 서울디지털대 총장에게서 나왔다. 조 총장이 KT 사장이던 2002년 한 국제회의에서 정보화 시대 역기능을 설명하면서 만들어낸 용어였다. 이를 남편과 대화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운동 차원의 개념으로 진전시키게 된 것. 2008년 막 운동을 시작할 당시 남편은 인터넷 시대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에게 그들의 운동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핵심은 ‘역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으니 거기서 교훈을 얻자’란 것이었다.

“산업화 이후 공해가 생겨났고, 당시에도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무시했죠. 풍요함에 익숙해져 역기능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 방치한 거죠. 디지털 세상도 마찬가지로 너무 정보가 많으면 인폴루션이 생겨나고 경제논리를 우선하다 보니 역기능은 생각하지 않죠. 반면 정보 소외 지역이나 아이들은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빌 게이츠에게 후원사 광고를 우리 홈피에 올리고 이를 통해 광고비를 정보 소외 지역에 지원해 그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순화시켜 보자고 제안했죠. 당신이 IT업계 수장이니 관심을 보여달라고 압박하면서요. 그 땐 별 뾰족한 답변이 오지 않았지만 미국도 인터넷의 역기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그에게 편지를 보낼 생각을 하고 있어요.”

빌 게이츠에게 “정보화 역기능 순기능으로 바꾸자” 호소

그의 남편 조남준 박사는 지난해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간염 바이러스 난제를 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일약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남편은 노벨재단, 월스트리트 관계자 등과 폭넓은 네트워킹을 하며 국내외적으로 그의 운동을 지원해마지 않는 가장 큰 조력자다.

“이 일을 할수록 꿈이 생기네요.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을 백 퍼센트 발휘할 수 있도록 그런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에요. 디지털 세상의 아이들은 나름대로 우리 세대에 비해 좀 더 완벽하게 태어났다고 봐요. ‘소통’이 엄청난 잠재력인데 이를 발현시킬 툴 또한 굉장히 많잖아요? 이때 장애가 되는 인폴루션을 제거하고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문화 속에서도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사고의 영역을 펼치게 어른으로서 이끌어주고 싶어요. ‘하지 마라’가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역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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