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독특한 감성체험 교육으로 주목 받아
“공무원 행복해야 국민 서비스 좋아지죠”
평소 ‘하늘은 여성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지론을 펴는 윤은기(60·사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여성 공무원에 대한 칭찬부터 했다.
시(時)테크, 골드컬러 같은 단어를 히트시키며 경영 컨설턴트로, 방송인으로, 대학원 총장으로 ‘팔방미인의 삶’을 살아온 그는 지난해 5월 중앙공무원교육원 61년 역사상 첫 민간 출신 원장(차관급)으로 취임해 화제를 낳았다.
윤 원장은 취임 1주년에 앞서 3일 가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공무원을 포함한 신임 사무관 교육을 사관학교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며 “행정고시에 갓 합격한 이들에게 ‘고귀한 고생’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기업 견학에 머물렀던 교육을 제대로 시켜 국가에 기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임 사무관들은 중소기업에서 일주일간 합숙 근무하고 선진국 정책 연수 대신 중남미나 아프리카, 동티모르 같은 후진국에서 땀 흘리며 봉사하며 국내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도 하게 된다.
윤 원장은 지난해 취임 후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한 달간은 일주일에 3일씩 교육원에서 숙식하며 변화와 혁신을 꾀했다. 원장실 책상에는 ‘생각의 틀을 바꿔라-중앙공무원교육원 변화와 도전의 1년’ 자료집이 놓여 있었다. 두툼한 자료집을 낼 만큼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처음 6개월간 ‘공무원도 인간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공무원이 행복해져야 국민 서비스가 좋아지기 때문이죠. 야외 카페도 만들고 산책로인 ‘코티올레’에 야생화와 허브를 심어 오감 체험장으로 꾸몄습니다. 이젠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體德知)’ 순으로 중요해요. 스포츠 시간을 만들어 공무원들의 의욕을 높인 것도 이 때문이죠.”
공무원들의 감성력을 높이기 위해 행사 때 악기 연주를 하고, 교수 11명으로 구성된 심리학 자문단도 도입했다. 3월 5일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대통령을 강사로 초청한 것도 공무원 기(氣) 살리기의 일환이다. 윤 원장은 “하반기에 강사로 한 번 더 모시려고 청와대에 요청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 교육원은 학습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중앙부처 국·실장 150여 명이 참석하는 국가전략세미나가 열리기 때문이다. 현직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이 강사로 나선다. 참석자들은 국정과제 토론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윤 원장은 “강의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인맥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했다”며 웃었다. 이어령 전 장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백선엽 장군 등 쟁쟁한 강사진이 그동안 교육원을 다녀갔다. 베스트 강사를 뽑고 ‘십삼고초려’를 할 만큼 정성을 쏟은 덕분이다. 강사진도 남녀 성비를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강의 후 교육생과 강사가 소통의집에서 ‘계급장 떼고’ 대화를 나눈다. 윤 원장은 “직급 불문하고 ‘끝장토론’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여성 공무원들이 고위직에 오르려면 ‘3력’이 필요하다”며 “실력과 담력, 매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각의 크기도 키워야 합니다.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를 살피고 세계 속 한국, 10년·20년 후 한국을 생각할 줄 알아야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