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춘’에 격려 메시지 김난도 서울대 교수
젊은 세대, 인생에 너무 근시안적
“새로운 시도·멋진 실패에 힘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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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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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영 기자
“꿈이 있는 한 우리는 다 ‘청춘’이다.”

한국의 대표적 트렌드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대 김난도(48·소비자학과·사진) 교수가 지난해 말 펴낸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판매 부수 50만 권을 훌쩍 넘기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위로서는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란 부제가 붙어있지만 ‘젊은’이란 수식어의 폭은 비단 20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의 연구실 책상 한 모퉁이에 버젓이 놓여있는 탁상시계의 원칙에 따르면 그렇다. 평소엔 멈춰 놓았다가 그가 생일을 맞을 때마다 조금씩 바늘을 움직여 놓는다는 그의 ‘인생 시계’다.

그의 셈법에 따르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80세로 할 때 24시간은 1440분, 이것을 80년으로 나누면 1년에 18분씩, 10년에 3시간씩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기 나이는 하루 중 몇 시에 해당하는지 나오게 된다. 가령 대학을 졸업하는 24세는 ‘아침 7시 12분’, 노년기에 접어든다는 60세는 ‘저녁 6시’라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인생 시각은 더욱 여유로워질 확률이 높아진다”니 참 매력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대학생들, 인생 절정기가 평균 ‘28.9세’라니

오후 2시 30분도 채 되지 않은 책상 위 인생시계를 바라보며 “쉰을 앞두고도 아무 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고개를 들어 아직 하루가 오롯이 남아 있는 내 인생의 탁상시계를 바라본다”는 그는 “인생에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 이는 ‘사실’의 문제가 아닌 ‘자기만의’ 문제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를 위로한다.

때문에 책 출간 후 이메일이나 트위터를 통해 “잃었던 꿈을 다시 찾았다” “방황의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는 반응을 많이 접했다. 그는 특히 교수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거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전업주부 등 불확실한 미래와 막연한 희망에 고통 받고 있거나 “너무 늦었지” 체념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책이 다소라도 위안을 준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평소 그가 매년 정기적으로 펴내는 트렌드 관련 책과는 다소 ‘문법’이 다른 이번 책을 펴낸 계기는 무엇일까.

“5년 전부터 이런저런 매체에 칼럼을 써왔는데 1년 반 전쯤 이런 종류의 글로 책을 엮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마침 고3 수험생이 되는 아들에게 성인이 되면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희망이 맞아떨어졌다. 사실 책에 나오는 얘기의 절반 이상이 평소 내가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 해줬던 이야기들이다.

서울대를 넘어 전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생의 전성기가 어느 때쯤이냐는 질문을 던져보니 평균적으로 남학생은 ‘29.65세’, 여학생은 ‘28.24세’라고 답한 결과를 보고 말 그대로 경악했다. 60세 때의 ‘나’에 대해선 생각조차 못 하는, 인생에 대해 너무 근시안적인 태도 아닌가. 한편으론 우리나라가 너무 젊은 세대에만 집착하고 조급한 나머지 빨리 승부가 나기를 재촉하는,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라는 한계도 절감했다.”

서울대에서 가장 빨리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강의로 ‘란도샘’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김 교수는 이런 청춘들에게 “지금 능력을 아껴서 은퇴 후 투자하라”는 충고를 주저치 않는다. “대학에만 들어오면 문제가 다 해결될 줄 알았다”는 70%의 청춘에겐 “대학이 바로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따끔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다.

때론 그의 충고가 너무 과도한 역발상이어서 현실에서의 효용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의심도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 자신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매번 등줄기에 짜릿짜릿 전기가 올 만큼 전율”하며 “이 글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유용하고 담대한 조언을 내 학생들에게 주었던가” 반성한다는 경남 거창고교의 ‘직업 선택 십계명’이다.

십계명엔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등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조건들이 수두룩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기자에게 그는 “당신의 20년 전을 돌아봤을 때 지금의 20대 후배에게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라, 이렇게 조언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는가”라고 역공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갑자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가 초경쟁 사회에 살기에 역으로 이런 직업 십계명이 현명한 것이다. 야구 식으로 표현하자면 잘 맞은 공이 안타가 아니라 수비수가 없는 데 떨어진 공이 안타가 난다는 것이다. 남이 다 갖추는 스펙을 갖추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대학 인기 학과에 들어간다는 것과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너무 다른 얘기다. 나만의 브랜드, 역량과 차별화, 자기다움 이런 개성이 조화롭게 결합해 결국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직업 십계명은 우리 현대사회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

나도 서른다섯 살이 돼서야 ‘교수’라는 첫 직업을 얻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었다. 처음엔 연구서를 여러 권 내도 별 반응이 없었고, 교수가 돼서도 아이들의 이런저런 고민을 들어줘야 하고,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학은 문제의 출발점” 역발상으로 생각하라

그는 2009년 방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 기자가 그에게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그는 즉각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식의 계획은 완전히 난센스라며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며 ‘멋진 실수’를 강조했다. 실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자산이기 때문에. 김 교수 식으로 바꿔 말하면 (황동규 시인의 시에서 인용한) “때론 우연에 기댈 때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런 얘길 안 하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아무 고민도 없을 것 같은 서울대 교수가 집단 고민을 얘기하면 재수 없다고 할까봐. 그래서 서울대 밖의 다른 대학 학생들도 많이 이해하려고 애썼다.

제자들에게 다른 대학 학생 네 명만 모아오면 밥 사준다 하기도 하고 미니홈피나 블로그도 무단히 많이 돌아다녔다. 그 결론은? 대한민국의 청춘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근본적으로 다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트렌드, 따라가면 안 된다”

그의 지론은 역설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막차인 듯한 트렌드도 유행처럼 20년 후면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기에 “이렇게 불확실한 시대에 너무 멀리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 최대 고민인 진로도 그때그때 시류에 따라 어느 한 곳에 확신 없이 몰리기보다는 “진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바로 정답이다. 반면 목표 없이 산다는 것이 참 힘들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목표의 내용을 바꾸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 아이가 수능을 잘 봐서 서울대에 간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느 대학 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배운 데서 한 문제도 틀리지 않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그는 교육자로서 학부모, 특히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너는 공부만 해라, 나머지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해줄게’라는 식으로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이 엄마의 의무며 또 성공과 직결된다는 생각 좀 제발 그만하길 바란다. 명문대생의 성공 비율은 부인하지 않지만 그게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살다보면 공부 이외의 것이 더 중요함을 체감하지 않는가. 정직함, 협동심, 인간관계, 성실함 등은 학벌을 갖춘다고 자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엄마들이 절실히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힘든 일이 있으면 글쓰기로 치유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감성적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에게서 어떤 진부하지 않은 위로의 글이 나올지 자못 기다려진다. 그의 연구실을 나오면서 너무 영악해지기만 하는 우리 젊은 세대가 그의 바람대로 “좀 더 어리석어지고, 좀 더 열망하고, 그리고 좀 더 우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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