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근로자” 판결…철도공사 항소

2006년 9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철도공사에 대해 KTX 여성 승무원들을 외주위탁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은 여성을 단기 저임금 노동력으로 보는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 한 고용차별 행위라고 판단, 이러한 성차별적 고용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했다.

이러한 권고가 나오게 된 배경은 철도공사로부터 승무 서비스 사업을 위탁받았던 홍익회가 이 사업을 철도유통에 넘기고, 철도유통은 얼마 후 다시 이 사업을 KTX관광레저로 넘기면서 이미 고용돼 있던 승무원들에게 “KTX관광레저로 이적을 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실제 사용자가 철도공사임을 지적하며 이적을 거부하자 철도유통의 명의로 승무원들을 집단 해고해 버린 사건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KTX 승무원 투쟁의 시작점이었다.

해고된 승무원들은 단식투쟁, 항의방문, 농성, 인권위원회 진정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복직을 하고자 했고, 위에서 인용한 권고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일관해 ‘철도공사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몇 년간의 복직 투쟁의 과정에서 승무원들이 형사재판이나 가처분 재판을 받게 됐고, 동 재판에서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의 사용자”라는 점이 수차 지적됐으나, 철도공사는 사법부의 지적과 승무원들의 복직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결국 이들은 2008년 12월께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 지급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지금까지 가처분 결정을 근거로 이들에게 월급은 지급하면서도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는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일하겠다는 승무원들에게 일은 안 주고 월급만 지급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러던 중 마침내 해고된 지 4년도 넘게 지난 2010년 8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18219 사건)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철도공사 측이 항소해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이 판결은 ‘해고된 여승무원들이 담당한 KTX 승객 서비스 업무에 대해 철도유통은 형식적으로 코레일과 맺은 위탁 협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사업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일개 사업부로서의 기능을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코레일(철도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됐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직접 근로관계가 인정되므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KTX관광레저로 이적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는 철도공사가 비록 승무 서비스 사업에 대해 도급을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의 채용 및 교육을 담당하고 접객 서비스 시행세칙을 따르도록 했다는 점, 우수 승무원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 승무원의 업무 시행 확인 및 업무 평가를 했고, 승무원 개개인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한 점, 피복비 등을 지급하고 수시로 철도공사 행사에 승무원들을 차출했다는 점, 승무원 업무 수행에 시설과 장비, 숙소 등을 제공한 점 등 여러 사실관계를 감안하면 지극히 타당하고 정당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위에서 본 인권위는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편견으로 인해 외주위탁 비정규직 고용을 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법원은 그 외관이나 원인이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고 실질적으로 철도공사가 사용자로서의 행위를 했으므로 외주위탁이 무효임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송에서 주장이 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판결에서도 인권위 결정과 마찬가지로 승무원 업무의 위탁 배경에는 성차별적 편견으로 인한 외주위탁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욱더 위탁의 의도가 합헌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중이고 아마도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승무원들이 복직할 때까지 앞으로 몇 년이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꿋꿋하게 싸워온 힘을 바탕으로 다시 출근할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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