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출신 정수림씨, 여성부 취직

 

“결혼이민자들이 한국 사람으로 대접받고 살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결혼이주 여성 최초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지난 18일부터 여성가족부로 출근하고 있는 몽골 출신의 정수림(자담바 르크하마수렌·36·사진)씨다. 정씨는 앞으로 기간제 공무원으로 초기 결혼 이민자를 위한 안내서 번역과 교정, 결혼 이민자 민원상담, 다문화 프로그램 교육 등의 업무를 맡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간제 계약직이나 전문 지방계약직 등으로 결혼 이민자를 채용한 적은 있지만 중앙부처에서 결혼 이민자를 채용한 것은 여성가족부가 처음이다.

정씨는 몽골에서 태어나 울란바토르 칸-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지난 2000년 한국 여행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전업주부로 살던 정씨가 결혼 이민자를 위한 복지에 눈뜨게 된 계기는 2008년 경기도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부터다.

정씨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소외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후 정씨는 2009년부터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몽골 출신 결혼 이민자들을 위한 통역과 번역 지원 업무를 해왔다. 2005년 귀화했고 2008년 한국어능력시험(TOPIK) 6급을 획득할 만큼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글 워드, 엑셀 등도 꾸준히 공부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서울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야간 과정에 입학, 석사과정을 밟으며 이론과 실무,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다. 정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여유가 생기면서 공부에도 욕심이 생겼다”며 “한국에서 다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달 기회가 찾아왔다. 여성가족부가 결혼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 가족 지원 업무 보조원 1명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 정씨는 그간 꾸준히 준비한 덕에 12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채용될 수 있었다.

정씨는 “집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여성가족부가 있는 서울 중구 무교동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리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다”며 “11년간 다문화 가족으로 살면서 느끼고 배운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꿈을 펼쳐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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