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에 시나리오 작가인 고(故) 최고은씨의 죽음과 관련해서 ‘최고은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세계10위권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예술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2년 전 국회의원 시절에 이미 예술인복지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예산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정부 부처의 반대로 상정이 무산됐다. 이 법이 아직 마무리는 안 되고 있지만, 야당 대표도 최근 국회연설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이 ‘예술인복지지원법’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정병국 장관이 취임하면서 약속한 것 중 하나가 '문화 안전망' 구축이다. 가난한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복지지원을 골자로 한 이른바 `최고은 법`은 이런 문화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다. 지난 1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들의 열악한 처지가 사회문제로 환기되면서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예술인복지지원법`에는 예술인을 근로자로 간주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가입자에 대한 실업급여, 퇴직급여 등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지난 2009년 발의된 예술인 복지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법안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간소하다. 예술인공제조합을 설립하고, 예술인에게 일반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실행이 쉽지는 않다.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예술인이 미치는 영향등을 고려하면 예술인은 근로자, 사용자는 정부로 봐야 한다. 그러나 예술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복지재단의 기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다. 정병국 장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선택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 위에 가치 있는 삶을 꾸릴 장치가 필요하다. 유력한 대안은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사회적 기업, 즉 문화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미 유용성이 검증되었고, 2007년 이후 502개의 사회적 기업을 배출했다. 문화예술형 사회적 기업도 앞으로 발전해야 할 분야다.
“공무원 인사시스템이 순환보직이다 보니 2년이면 담당자가 바뀌고, 장관·의원이 바뀌니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집니다. 현장의 소리와 늘 괴리가 있는 측면도 있어 그런 측면을 좁혀 보고자 한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들이 장관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하는것인 만큼 정책 고객인 국민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현장에서 대국민 업무 보고를 시작했습니다. 정책을 입안하면 국민이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지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니 고민하고 만든 것인데도 보완할게 있습니다." 정 장관이 의정활동을 10년 하면서 느낀 건,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에게 문광부 장관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문화·예술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힘을 발휘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화예술의 힘은 강합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의 사회통합기능을 회복시킨다면 예술가들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는데,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또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선택·집중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발목 잡는 규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문광부 관련 규제중 개선해야 할 것을 살펴보니 약 130건에 달하더군요. TF팀을 구성해 개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화제로 옮겨갔다. 4개의 새로운 종편이 탄생하는 것에 대해서 정 장관의 견해를 들었다.
“이제는 방송·통신의 융합으로 매체간 칸막이가 없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칸막이를 쳐놓게 되면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방송콘텐츠 미디어산업에서 칸막이를 걷어내자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미디어 산업이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미디어 관련법제도도 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앨빈 토플러가 기술문명의 발달속도는 100마일로 가고 있는데, 정치는 3마일, 법은 1마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제도 개선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종편 사업자가 4개로 확정되면서 미디어시장 환경의 빅뱅이 일어남과 함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광고시장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높다. 인위적이고 급격한 변화로 미디어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대책은 어떻게 준비할지가 관건이다. 정 장관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었다. 책상에 앉아 머리로만 만든 정책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장에서 대화를 통해 정책입안을 하려고 노력한다. 정 장관은 2013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에 대해서도 “오디션제를 바꿔 전회 매진을 기록한 현 국립극단과 국립발레단의 성공적인 제도 개선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 찬성 의견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요 관장 업무 중 하나가 관광이다. 이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지난해는 우리나라에 870만명의 관광객이 왔는데, 올해 목표는 960만명까지 높였습니다. 이제 곧 1000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올 겁니다. 비자가 간단해지면서 중국 관광객이 급증했는데, 이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해 서울 근교에서 숙박해야 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요. 우리 관광의 질을 높이고, 관광상품도 가격대별로 다양화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정병국 장관은 ‘덧셈정치’를 이야기했다. 미국은 덧셈정치를 하는 데 비해 우리는 이전에 했던 것을 전부 다 바꿔버리는 ‘뺄셈정치’를 한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축적이 안 된다는 것이다. 뺄셈정치를 해서는 우리 자신에게도, 국가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상대의 차이를 인정해주고 긍정적인 더하기를 하는 ‘덧셈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역임. SBS TV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열린 TV 시청자 세상‘을 4년 동안 진행했고, EBS '미디어 바로보기’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커뮤니케이션 불변의 법칙’ ‘대중을 매혹하다’ ‘글쓰기의 기술’ ‘매력적인 말하기’ 등 커뮤니케이션 전략 관련 책을 6권 썼다. 최근에는 각국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400여장으로 여행 포토에세이 ‘그곳에 가면 누구나 행복해진다’를 출판했다. http://www.ideaocean.org)
기사제공 : 아츠앤컬쳐(http://www.iartsn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