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손학규 후보, 박빙의 승부
직장인 투표 참여율이 승패 가를 것

성남시 분당을이 이번 4·27 재보궐 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됐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현 민주당 대표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텃밭인 이 지역에서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하튼 이번 분당을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와 내년 총선·대선 민심의 ‘풍향계’가 될 것이다. 이번 분당을 선거는 조직과 바람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강 후보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 지역에서 당의 지지세와 조직을 결집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강 후보는 중앙당의 지원을 거절하고 지역을 누비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무사안일에 빠져 자멸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나 홀로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손 후보는 국정 난맥에 대한 정권 심판 바람에서 출발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하는 ‘손풍(孫風)’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로 출근하지만 분당에 거주하는 30~40대 중산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장 투표율이 승부를 가르는 중대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직이 위력을 발휘하기 쉬운 재·보선 특성을 감안하면 30~40대 직장인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결국 손 후보의 ‘바람’이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분당구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령대별 투표율을 보면, 이 지역의 20대(19세 포함) 투표율은 46.9%로 전국의 같은 연령대 투표율 41.6%보다 5%포인트(p) 이상 높았다. 30대도 53.9%로 전국 투표율 46.2%보다 높았고, 40대 역시 60.2%로 전국 투표율 55.0%를 능가했다. 50대는 64.1%로 전국 투표율과 같았고, 60대 이상은 66.7%로 전국 투표율 69.3%보다 오히려 낮았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다. 그런데, 이 지역 젊은 층들은 생활 이슈에서 보수적이지만, 정치 이슈에는 개혁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중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이 어떤 방향으로 분출될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분당을 유권자 중 20대(19세 포함)는 19.0%, 30대 23.3%, 40대 25.0%, 50대 16.3%, 60대 이상이 16.4%를 차지했다. 40대 이하가 67.3%나 된다. 지난달 31일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손 후보는 30대에서 72.6%, 40대에서 47.4% 지지를 받아 앞섰고, 강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69.3%의 지지를 받았다. 모든 한국 선거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40대에서 인물론을 앞세운 손 후보의 바람이 조직세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분당 아성을 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젊은 세대 투표율과 40대 연령층의 표심도 중요하지만 누가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여심을 사로잡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 숨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입증됐듯이 이들 계층에서는 최근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삶의 질과 지역 현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따라서 두 후보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단순히 조직이냐 바람이냐가 아니라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정치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다. 공허한 선동보다는 이들이 피부에 와 닿는 실현 가능한 공약을 통해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통적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었던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거나 압승하지 못한다면 정치권 지각변동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한나라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 수도권 완패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도 체제 개편과 당 쇄신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재보궐 선거가 더욱 흥미롭고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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