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6.2% 증가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년 만에 2만 달러대로 재진입했다고 한다.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나라가 10개 남짓이라고 하니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부국이 됐다는 것이다. GDP가 세계에서 10위면 우리 삶의 수준도 세계 10위가 되고, 사람들도 세계에서 10위로 행복할까? 온 나라를 쓸고 간 구제역, 이웃 나라의 지진해일로 원전 방사능 유출의 공포, 고공으로 치솟는 고유가, 전세 대란, 높아진 엥겔지수 등 살기 어렵다는 소식뿐, 왜 우리는 세계에서 10위로 잘 살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까?

GDP는 일정 기간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가치를 합한 총생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통 1년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즉 삼나무 숲의 파괴와 호수의 죽음, 네이팜탄과 미사일과 핵무기의 생산, 마약 거래 등 한 국가에서 생산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 같은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가 지적했듯이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 따라서 GDP가 높다는 것이 반드시 윤택한 삶이나 행복한 삶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신경제재단은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해결책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기구로, 국민행복계정을 통해 행복의 관점에서 사회발전 성과를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 재단은 개인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자원 혹은 정신적 자본 두 가지 요소로 보고,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실천 활동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그 첫째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즉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집,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 갖기’다.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빈곤 아동을 돕는 국제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진행하는 ‘털모자 뜨기’에 참여하는 직장인, 의료 사각지대 진료 봉사를 하는 프리메드(Free Med)에서 자원봉사하는 의과대학생,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와주기 위해 사회적 기업 ‘행복한 카페’를 창업한 여대생 등 모두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다양한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세계 최하위라고 한다. 세계의 중학교 2학년 학생 14만600여 명을 설문한 ‘ICCS(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 자료를 토대로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계산한 결과, 한국이 0.31점(1점 만점)으로 35위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회역량 지표는 ‘관계지향성’ ‘사회적 협력’ ‘갈등관리’ 3개 영역에서 국가별 표준화 점수(그룹 내에서의 우열을 1∼0점으로 표기)를 매기고, 이 결과를 평균해 계산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비단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만 해당한 것일까?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다면 청소년과 다른 결과가 나올까?

GDP 순위에 걸맞은 사회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을 높이는 일에도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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