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어요…”
“법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어요…”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1.04.01 11:09
  • 수정 2011-04-0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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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에 협의이혼을 했는데 위자료 2500만원을 올해 초에야 다 받았어요. 양육비 밀린 것도 최근에 해결됐는데 3월부터 또 안 주기 시작하네요. 정말 병아리 눈물만큼 찔끔찔끔 주며 진을 다 빼놓네요. 하도 안 주기에 2008년 말 전남편에게 전화했다가 ‘빚쟁이’ 대하듯 온갖 모욕을 다 주는 바람에…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재산가 남편, 월 50만원도 안 줘

변호사 없이 독학하며 소송


 

경북에서 고교생 아들과 함께 사는 40대 전업주부 J가 전남편을 상대로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 없이 직접 소장을 작성하며 3년째 ‘나 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양육비 문제로 애태우는 수많은 싱글 여성 가장들에게 희망이 될 만하다. 현재는 양육비 지급 불이행 시 월급 생활자에 한해 월급 차압 정도가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 명의의 재산을 빼돌리는 편법을 취할 수 있기에 담보제공명령신청제(가사소송법 제63조의 3 제2항),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제(가사소송법 제63조의 2)를 동원해야 한다.

J의 경우, 전남편 K는 운수회사에 차를 위탁 운영케 해 월 수입 3000만원 이상을 올리면서도 차주 명의를 친동생 이름으로, 집·통장 등 기타 재산은 동거녀 명의로 해놓고는 이혼 조정 조항을 지키지 않는 ‘고의적’ 의무 불이행자다. 당시 조정 주요 내용은 J에 대한 위자료 2500만원, 2007년 4월부터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14년 8월까지 월 50만원씩 양육비를 매달 1일에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J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남편의 빼돌린 재산을 하나하나 찾아 이에 대한 증빙서류를 법원에 제출해가며 위자료와 양육비 ‘강제 징수’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양육비 일시금 지급명령 신청서, K가 자신의 차를 위탁 운영케 한 운수회사를 상대로 한 자동차소유권 이전등록 청구 소송에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등 전남편의 유흥비 사용 내역, 동거녀 통장에 매달 남편 명의로 들어오는 수천만원대의 입금 내역까지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그는 심지어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음경 확대 수술과 관련한 K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까지 밝혀냈는데, 수술비는 이혼 당시 초등생이었던 아들의 4년치 학원비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이런 나 홀로 소송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채권·통장·유채동산 압류, 감치 신청이 가능한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결정’.

 이런 노력을 통해 2009년 8월 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 K에 대해 채권압류금 명목으로 밀린 양육비 44개월분인 2200만원을 완납받았고, 위자료 2500만원 중 83만원의 첫 송금도 실시됐다. 그러나 K의 불성실한 의무 불이행이 계속되자 감치명령신청 재판을 통해 다음달인 9월에는 구치소 5일간 감치결정을 받아내 전남편을 수감시키기도 했다.

위자료 잔액·밀린 양육비

44개월분 받아내


 

그에게 이런 용기를 준 것은 무엇일까.

“허약한 아이를 잘 키워내야 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전남편은 우리 가정에 대해 엄연히 빚을 진 ‘채무자’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진행했어요. 하루 8시간을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온갖 소송 정보를 다 뒤졌어요.” 

현재 J는 고등학생이 된 아들을 위해 양육비 증액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K와의 숨바꼭질과 이에 따른 J의 어쩔 수 없는 ‘탐정’ 노릇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미친 듯 뛰어다니는 어미의 마음을 재판장님도 조금이라도 갸륵하게 봐주지 않을까”란 J의 희망이 지금으로선 그나마 가장 확실한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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