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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두부, 과일, 채소 등 너나 할 것 없이 다 올랐다. 배추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고, 양파·호박·배추·오이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평균 21.8%나 올랐다. 그동안 정부 방침에 눈치만 보던 기업들도 앞 다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 등 제당업체가 지난해에 이어 3월에만 10% 가까이 설탕 값을 올려 제과·제빵·음료 등 설탕을 원료로 하는 관련 제품의 가격이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MB 물가 공약, 사실상 ‘空약’

정부는 지난 1월 13일 발표된 서민물가 안정대책 이후로 대학 등록금이 안정됐다고 발표했다. 물가 상승의 체감 또한 전년도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로 작용한 것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한 데 반해 실질임금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0.7%에 지나지 않았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에 한참 못 미치니 체감경기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공공요금 안정 기조에 따라 1% 수준의 안정세를 보이던 공공요금 또한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생활경제 악화로 인한 서민들의 불만이 물가만큼 치솟고 있다.  

구제역에 이어 닭·오리 값도 올라

구제역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값이 뛰더니 이젠 닭과 오리고기 값도 올랐다. 올 초까지만 해도 kg당 4000원 선이던 오리고기가 5300원을 넘어섰다. 닭 값도 1월초 3700원이던 것이 지금은 4500원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로 매몰된 조류 수는 627만여 마리. 35~45일 정도 걸리는 생육 기간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가격이 안정되기까지는 두 달 정도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AI와 더불어 혹한도 가격 상승에 한몫 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닭의 생장 속도가 느려지고 저온으로 폐사하는 닭도 발생하면서 여러모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AI가 잡힌 게 아니라서 잠잠해지기까지 닭과 오리고기의 시세는 당분간 고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천정부지 유가에 정유사 실적 호재

정부와 정유업계의 신경전 속에 유가는 여전히 치솟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월 2일 발표한 내용(2월 기준)에 따르면 석유류가 전년 동월 대비 12.8% 올랐으며 올해 1월 대비 1.5%가 상승했다. 기름 값 상승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이 늘고 있는 반면, 정유 업계는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 사태에 따라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되고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수요 급증 등의 호재가 겹쳐 1분기 실적이 기록적인 호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민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눈치싸움을 벌이던 정유사의 입장에서 보면 대놓고 좋아할 수도 없는 상황. 기록적인 실적이 발표되면 서민의 불만은 폭발할 것이고 정부의 압박 또한 더욱 거세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임금 인상 인플레’ 우려도

물가가 급등하면서 임금 상승 요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물가 상승률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아 실질 소득이 줄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현오석 원장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임금 인상이 인플레 기대심리로 연결될 경우 임금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임금이 오르면 인건비 부담이 제품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임금 상승 요구로 악순환된다는 것이다. 중견기업 회사원인 한동원(42)씨는 “불황을 이유로 회사에서 임금을 동결한다는 괴소문이 돌고 있다”며 “지금도 저녁 값 한 번 내면 (임금 인상분이) 없어질 만큼 오르는데 임금 인상으로 인플레까지 걱정된다는 건 비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 중동 사태와 국제유가 탓만

정부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구제역 여파로 인한 농축수산물 수급 불안 등으로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동절기 이후 에너지 수요가 완화되고 구제역 개선으로 공급 측 물가 불안이 해결되면 물가는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안정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사실상 계절의 변화와 국제 정세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현재 중동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정부는 소통 부재라는 질타를 의식했는지 “장·차관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민생 현장을 직접 답사, 시장과의 소통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뒤늦은 소통보다 물가 안정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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