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람이 그리워지던 날, 지하철 손잡이를 끌어다 잡고 한참을 두리번거린 적이 있다.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 그러나 누군가와 나눈 뜨거운 아이 콘택트는 없다. 보이는 것은 바닥에 꽂힌 까만 정수리뿐. 지하철을 메운 동동거리는 사람들은 따뜻한 터치를 위해 핸드폰을 건드린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난해 두 번째 책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출간하며 현대인의 감성을 나지막이 울린 디자이너 공병각. 그 사람이라면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이름만큼이나 격한 각도를 구사하며 돌돌말린 색연필과 수수한 크레파스 손글씨로 메마른 가슴들에 위로를 전한다.

본업인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지만 이제는 각종 광고와 유명가수 앨범 재킷에 손글씨를 쓰는 캘리그래퍼이자 작가 타이틀도 추가한 그에게 터치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현대인이 손글씨에 열광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글·정리 정혜영 / 사진 송재원

‘캘리그래퍼 공병각’이라 말하니 ‘나 디자이너예요’라고 했다. 캘리그래퍼라는 말이 부담되는 것인가?

나는 광고와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 캘리그래퍼라는 이름으로 손글씨를 쓰고 그 덕에 많이 알려졌지만 나에게 손글씨란 디자이너 일을 함에 있어 도구일 뿐이다. 캘리그라퍼, 혹은 작가로 불리는 것이 아직까지는 쑥스럽다. 10년 동안 디자인 바닥에서 일을 해오면서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성장했고 그 안에서 책과 글씨를 쓰는 것뿐이다.

‘내 글씨는 하나의 완성된 덩어리가 그림이다’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어떤 의미인가.

평소 “어떻게 써야 글씨를 잘 쓰게 되나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질문에 항상 같은 대답을 해 온 것 같다. 나는 글씨의 음절 낱개 낱개를 떼어놓고 봤을 때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입장에서 디자인 하는 마음으로 글씨를 썼고 글씨 자체를 예쁘게 쓰려하기보다는 레이아웃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다. 글씨를 한 덩어리 자체로 만드는 것에 많이 치중했고 다 썼을 때 그 자체가 디자인한 그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려고 했다.

최근 공병각 디자이너의 손글씨 뿐만 아니라 캘리그라피에 대한 대중이 관심이 예전보다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에 대한 동경이다. 누구나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글씨는 누구나 쓰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쓰고 있음에도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다. 보통 내 글의 좋아해주시는 분의 90%는 여성이고 여성은 남성보다 메모하는 데 익숙하고 다이어리를 많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씨를 예쁘게 잘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부분에서 파생된 것 같다. 요즘에는 특히 컴퓨터, 핸드폰 등 디지털적 매체를 도구로 사용해 아날로그를 사용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아날로그로 글 쓰는 수단이 바뀌기 때문에 동경도 따라 커지는 것 같다.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과 「전하지 못한 이야기」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책을 보며 2011년을 살아가는 서른 셋 서울 남자가 어떻게 이토록 솔직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솔직해야했다. 처음에는 일기였으니까. 내 마음을 털어내고 머릿속을 비워내는 작업이니까. 내 마음을 가감 없이 종이에 털어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그 느낌대로 옮기려고 한 것뿐이지 살을 더 붙이거나 미사여구를 섞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나는 글을 잘 쓰거나 표현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로 불리는 것도 쑥스럽다. 서른세 살이 됐지만 ‘왜 이렇게 아직도 솔직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그냥 솔직하니까’. 그냥 숨기고 가리고 꾸미고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두 번째 책 「전하지 못한 이야기」에서는 글을 썼다. 「잘 지내니? 한때 ~」이후 작가, 혹은 글에 대한 공병각 자신의 욕심이 들어간 것인가?

처음 책은 디자이너로서 글만 담았다. 손글씨로만 된 책을 내고 싶었고 추가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두 번째는 감히 하고 싶었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손글씨와 함께 짧은 글도 썼다. 글에 대한 욕심보다 전체적으로 책다운 형태를 갖추는 데 욕심을 냈다.

혹자는 여성의 감성을 너무도 정확하게 포착해내 사랑과 이별 경험이 많아 보인다고 하지만 책을 봤을 때 경험보다는 진하게 사랑을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만난 것도 아니지만 만남에 있어 새로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인생에서 한두 번 정도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 사랑이 나에게 잔상처럼 많이 남았다. 사실 남들과 다른 것은 없다. 사람들은 ‘아, 나도 이랬는데’라는 감정으로 내 책을 보고 끝날 때까지 그 감정으로 책을 덮는다. 누군가는 생각 했지만 풀어내지 못한 것을 나는 적어놨던 것뿐이다. 자신들만 특별한 사랑을 한다고 생각할 뿐이고 그 때 그 감정이 특별할 뿐이지 그 이야기는 나도 했고 누구나 하는 사랑이야기다. 전 세계 몇 억의 인구도 사랑을 할 때는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니까.

요즘 사람들은 소통과 감성, 접촉에 심각한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감성을 건드리는 공병각의 솔직한 글씨가 요즘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처음 글을 쓴 자체가 자기 위안이었다. 내 일기 같은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내 글씨를 찾는 데는 외로워서라기보다 디지털화된 세상과 문화 속에서 느끼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 글씨로 치유가 되겠지만 그것이 전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의 공통분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그 내용을 글씨를 통해 감정적으로 표현했고 사람들이 그것에 좀 더 마음이 동하지 않았나 싶다.

공병각이 생각하는 ‘감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감성이다. 감성은 내제해 있고 표현하는 순간 그것을 감성이라고 한다. 감성이 능력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형의 능력. 누군가는 나의 감성에 대해 미적이고 남성성보다는 약간의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두 부분이 공존하기 때문에 글도 쓰고 디자인도 한다. 글쎄, 감성... 감성은 어떤 사람이 풍기는 무엇이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체취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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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 아츠앤컬쳐(http://www.iartsn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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