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대법원은 “여성에게 총회원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 법익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김모씨 등 여성 회원 38명이 서울기독교청년회(YMCA)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YMCA가 김씨 등에게 각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소송 자체는 2005년에 시작된 사건이다. 서울기독교청년회는 총회원 선정에 있어 서울기독교청년회의 회원위원회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는 회원을 제외하고는 회원부에서 작성한 총회원 명단에 등재된 회원을 모두 이사회에 추천했고, 이사회는 추천된 자를 그대로 총회원으로 심의·의결해 왔다. 서울기독교청년회의 헌장에 따르면 총회원은 만 20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으로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 그 자격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회원부가 총회원 명단을 만들면서 여성 회원들은 모두 제외시켰기 때문에 서울기독교청년회 창설(1903년) 이래 여성 회원은 단 1명도 총회원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기독교청년회의 여성 회원들은 지속적으로 총회원으로 선정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에 따라 2003년 서울기독교청년회의 제100차 정기총회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고,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있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며, 피고의 여러 가지 형태의 성차별적인 요인을 찾아 이를 해소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결의문 채택 이후에도 어떤 여성 회원도 총회원으로 선정된 바가 없었다.

이에 2005년 서울기독교청년회의 뜻을 모은 여성 회원들과 남성 회원 일부가 서울기독교청년회와 동회의 이사들을 상대로 여성 회원의 경우 성차별과 총회원이 되지 못한 점 등에 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남성 회원의 경우 성차별적 단체 소속이라는 비난을 듣게 된 점에 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자 서울기독교청년회 측은 자신이 “본질상 ‘남성’ 기독교인의 단체로서 총회원 자격은 남성에 한정되고, 제100차 정기총회의 결의는 향후 헌장을 개정하겠다는 의안의 접수에 불과하며, 총회원으로 선정할 것인지 여부는 이사회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며 여성 회원들에게 총회원이 될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도 이는 사적 단체의 내부 문제일 뿐이어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82852 판결)은 여성을 총회원으로 선정하지 않는 것이 헌장과 100차 총회 결의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사적인 내부 관계가 곧바로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거나 사법상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내부에서 자치적이고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비법인 사단의 내부 문제일 뿐이라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7나72665 판결)은 “…초기 연혁이나 정체성을 내세워 그 구성이 변경된 현재까지도 계속하여 그 구성원인 회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 오로지 그 성별만을 이유로 사단의 의사결정이나 기관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지위에서 범주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11조가 선언한 평등권의 원리 및 1985년 1월 26일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 유엔의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올해 1월 선고된 상고심 판결(대법원 2009다19864 판결)은 서울기독교청년회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이나 법 감정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의 차별이라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 판단의 근거에는 해당 단체가 어느 정도 공적인 목적을 수행하는 단체라는 점과 이미 구성상으로 남성 중심의 단체가 아니라는 점 등이 제시됐다.

이번 사건은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사적인 단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매우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단체의 자율성이나 사적 자치원칙을 근거로 이뤄지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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