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돌을 맞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는 ‘전환’(Moving Dimension)이다. 첫 외국인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알렉산더 리브라이히(43·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선택이다. 윤이상 선생의 1971년작인 ‘Dimensionen’(차원)에서 착안한 것으로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여 음악제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리브라이히 예술감독이 통영국제음악제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레지던스(상주) 제도의 도입이다. 올해의 레지던스 작곡가로는 동·서양을 대표하는 진은숙과 하이너 괴벨스가, 레지던스 아티스트로는 소프라노 서예리와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가 선정됐다. 이들은 독주·협연·앙상블·심포지엄 등 축제 기간 내내 통영에서 상주하면서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용민 사무국장은 “리브라이히는 2002년 독일청소년교향악단을 이끌고 평양과 서울을 차례로 방문한 바 있으며, 윤이상 음악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축제는 독일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의 지휘 아래 국제음악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는 ‘잘츠부르크 오차르테움 오케스트라’(3월 26·28일) 공연으로 그 서막을 연다. 바흐에서 윤이상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특히 26일 개막공연은 지난 1월 티켓 오픈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매진돼 관객들의 기대를 증명하고 있다.
레지던스의 진은숙·서예리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이번 음악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성 스타들. 나윤선은 그의 절친한 음악적 벗인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함께 ‘현대음악의 진수’라는 음악제의 별칭에 걸맞은 대중적 재즈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시아 초연인 독일 출신 작곡가이자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의 음악극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 3월 31일·4월 1일)도 눈길을 끈다. 음악제의 레지던스 작곡자이기도 한 괴벨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 최초로 한국을 찾는다. 모든 무대 세트를 스위스 로잔 현지에서 조달하는 공을 들여 관객들에게 음악 본토의 분위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는 저명한 현대음악 작곡가인 ‘스티브 라이히’를 기리는 연주를 할 호주의 퍼커션 전문 연주단체 ‘시너지 퍼커션’(27일)의 현대적 미니멀리즘 음악이 있다. 또 2007·2008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인 ‘김재영&윤홍천’ 듀오(26일)와 영국 아카펠라 중창단 ‘힐리어드 앙상블’(29일), 독일의 젊은 현악 4중주단 ‘쿠스 콰르텟’(31일) 등도 기대된다.
폐막 공연은 세계적인 베이스 바리톤 연광철과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대사이자 국내 대표 실내악단인 TIMF 앙상블(4월 1일)이 책임진다. 지휘는 세계에서 활약 중인 젊은 여성 지휘자 김은선이 맡을 예정이다.
음악제 티켓 예매 및 상세정보: www.timf.org, 055-645-2137
윤이상은
‘서양현대음악 기법을 통한 동아시아적 이미지의 표현’이라는 평을 들었던 윤이상의 작품에는 현대 서양의 연주기법을 통한 아시아인의 감수성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또한 그의 오페라는 도교와 음양철학에서 받은 영감에서 유래한다. 독일에 귀화한 후인 1972년 뮌헨올림픽 개막 축하 오페라에서 연주한 ‘심청’ ‘나비의 꿈’ ‘광주여 영원하라’ 등이 대표작이다. 후기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살펴보면 인권·평화·환경문제 등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에 근거를 두고 창작활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1967년 동베를린 간첩 사건 관련 혐의로 투옥돼 2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석방됐고, 1990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1984년 9월 윤이상음악연구소를 설립해 그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매년 윤이상음악회를 열어 예우해 왔다. 때문에 남한에서는 친북인사라는 낙인이 찍혀 독일 귀화 후 한 번도 남한을 방문하지 못했다.
프린지 공연도 풍성
특히 올해는 십대들로만 구성된 밴드부터 중장년층으로 이뤄진 합창단까지 다양한 연령의 팀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캐나다 등 다국적 밴드도 참여해 열기를 더한다. 관계자는 “클래식, 록, 대중음악, 퓨전, 국악 등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장르의 무대가 준비돼 있기에 장르와 연령, 지역에 관계없이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가 되는 프린지 공연의 취지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