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는 음악’ 대신 ‘듣는 음악’을 표방하며 실력이 검증된 가수들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으로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이 접목된 새로운 시도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세 가지다. 가수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보여주는 ‘열정적인 무대’, 후배 가수의 개성을 거쳐 재탄생한 ‘7080 가요의 신선한 매력’, 여기에 수동적 존재였던 방청객을 평가 주체로 내세워 시청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위대한 탄생’에 멘토가 있듯이 ‘나는 가수다’에는 판정단이 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프로그램의 한계도 보였다. 첫 회 첫 등장한 가수 이소라의 무대는 느닷없이 등장한 자문위원들의 설명과 이소라 자신의 인터뷰에 의해 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가수에 대한 무례함이 지나친 편집이었다.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은 출연하는 가수들에 대한 예우보다는 가수들의 자존심을 걸고 일요일 오후의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처방전이다. 록 가수인 윤도현이 카메라를 향해 대놓고 얘기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가수들에게는 ‘미치겠는’ 상황인 것이다.

공연과 예능을 오가며 3회가 돼서야 경쟁이 시작됐다. 노래 한 곡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냈다는 가수들의 고백처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공연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대로 시청자들은 감동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대 위의 감동이 식기도 전에 프로그램은 김건모의 탈락이라는 예상치 않은 결과로 인해 다시 예능으로 바뀌었다. 당황한 스태프와 출연자들은 판정단의 심사 결과를 뒤엎음으로써 이제 막 시작된 시청자와의 소통을 막아버렸다.

‘나는 가수다’의 스태프들은 국민가수가 탈락한 이유를 알고 있을까? 1등과 7등을 결정한 차이는 ‘실력’이 아닌 ‘무대에 대한 열정’이었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 김태원이 말한 것처럼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실력이나 가창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가수 윤도현이 아무리 음정 박자를 틀리고 연주가 삐끗거렸다 해도 관객들은 그가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아내었는지를 느낀 대로 고스란히 평가했다.

김건모는 그의 무대를 더도 덜도 아닌 ‘평소만큼의 실력’으로 채웠다. 가장 정확한 음정과 발음이었지만 곡에 대한 ‘김건모만의 해석’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른 가수들이 곡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면, 김건모의 무대는 ‘노련함’은 있으나 ‘열정’이 덜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 김건모에게 기대하는 매력은 경쟁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대선배로서의 여유로움보다는, 모든 곡을 ‘김건모스럽게’ 소화해내는 그만의 고집스런 개성이었다.

판정단은 첫 회에서 가수 박정현이 긴장 속에서 내뿜는 열정을 알아봤고, 선배 가수의 곡을 가장 ‘윤도현스럽게’ 소화해낸 가수 윤도현의 열정도 알아봤다. 앞으로도 관객은 어떤 스태프보다 더 정확한 판단으로 누가 무대 위에서 가장 ‘열정’을 쏟아냈는지를 정확하게 선택해낼 것이다.

‘담당PD 교체’라는 예상치 못한 파장이 더해져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과연 재도전하는 김건모가 평가단의 의중을 파악했을지, 스태프들은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프로그램의 묘미를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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