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도 임원맘을 할 수 있을까?
직장맘도 임원맘을 할 수 있을까?
  • 강소연 / 연세대 공학교육혁신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11.03.25 10:01
  • 수정 2011-03-25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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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됐다. 아이들과 함께 이번에는 어떤 친구들과 한 반이 될지, 담임선생님은 누가 되실지 설렘과 기대로 새 학기를 맞이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초등학생인 막내 아이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엄마가 너무 바빠서 임원에 출마하지 않았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반에서 회장에 출마해 보고 싶다면서 회장 엄마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엄마가 시간이 안 될 때는 아빠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확인을 받고 난 후, 아이는 선거를 통해 결국 학급 회장이 됐고 그 날부터 아이의 고민은 현실로 나타났다.

선거가 있던 날 오후, 내일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께 인사드리고 학급 운영에 대해 의논해야 된다는 다른 회장단 엄마의 전화를 받은 아이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바빠서 학교에 못 가지? 하면서 풀이 죽어 있었다. 며칠 사이 계속해서 학부모 총회 및  공개 수업, 임원 학부모회, 급식 도우미, 동아리 학부모 모임, 교실 청소 지원 등이 줄줄이 진행되면서 아이에게 약속한 아빠 엄마의 적극적인 지원은 결국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아이에게 미안한 것은 물론 같은 반 임원 엄마들에게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학교의 대부분의 활동은 오후 4시 이전에 진행되는데 직장을 가진 학부모들의 경우 이 시간에 학교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엡스타인(Epstein)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의 경제적 수입 정도나 부모의 교육 수준보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자녀의 학습 동기와 학업 성취도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학부모 학교 참여는 치맛바람과 같이 부정적 측면으로 인식됐고 공식적으로 학급에 필요한 돈을 걷는 것이 불법으로 돼 있어 모든 것이 임원 학부모 위주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몇 년 전, 임원 학부모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우리 반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함께 참여하자고 1만원씩 돈을 걷은 것이 잘못됐다고 하여 다시 나누어 주는 해프닝을 겪은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제도가 학부모 참여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일부 학부모들만 제한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 학부모 모임은 오후 4시면 모두 끝나버리기 때문에 직장을 가진 학부모들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를 학교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학부모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 책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학부모 학교 참여의 기본은 학급 학부모회다. 최소한 한 번이라도 전체 학부모들이 모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의 특성과 정보를 나누고 학부모들끼리도 서로 알고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 경쟁력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의 학부모들이 바로 그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제 그 학부모들이 학교를 바로 이해하고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를 위한 참여와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 방안이 바로 저녁 학부모회다. 한 학기에 한 번이라도 직장을 가진 아빠와 엄마가 모두 모여 우리 아이의 1년 동안의 학교생활에 대해 귀 기울이고 논의하는 장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직장을 가진 학부모들에게도 제대로 학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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