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놓고 한나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원칙론과 필승론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론은 당이 정해진 공천 절차와 경선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필승론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자는 분당을에 공천 신청을 한 강재섭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강 전 대표는 만약 당이 전략공천으로 선회할 경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더 나아가 “당내 공천 신청이 마감된 만큼 ”더 이상 장난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정운찬 전 총리 영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특임장관을 겨냥했다. 한편, 후자는 이번 분당을 보선이 내년 수도권 총선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어떤 야당 후보가 나오더라도 이를 압도할 수 있는 필승 후보를 전략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영입 당사자인 정 전 총리가 “나는 정치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정치적이지 못하다”면서 ‘전략공천’에 대해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것.

여권 실세들 간에 알력을 빚고 있는 것과 한나라당 공천 갈등에 대해 정몽준 전 대표는 “큰일이 많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하는 일이 겨우 권력투쟁밖에 없다고 한다면 국민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며 일침을 놓았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다. 출마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굳이 끌어다가 앉히는 것은 공천이 아니라 사천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의 대표로 대선 승리에 앞장섰던 전직 대표를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여하튼 청와대는 분당을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설에 대해 “당 주도로 합당한 기준에 따라 후보가 결정될 것이다”며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은 야당이 누구를 공천할지 눈치를 보면서 공천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고 당당하게 민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한나라당 분당을 공천 과정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영국 노동당은 1993년 전당대회에서 ‘노령으로 은퇴한 지역구 위원장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후보 공천에 있어 50% 이상 여성 후보를 공천할 것을 당헌·당규에 명시했다. 그 결과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후보자 명단’(women only short-list)을 작성해 여성을 우선적으로 공천해서 1997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영국 하원의 여성 의원 수는 1992년 9%에서 1997년 18.2%로 거의 2배 증가했다. 내년 19대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공천하도록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방안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남, 송파, 고양 등 3인 이상의 지역구를 가진 광역 지역에서는 반드시 1명을 여성 후보로 공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구 30% 할당을 지키지 못한 정당의 경우, 각 정당이 제출하는 비례대표 공천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이런 적극적인 조치들이 취해져야 지역구 여성 후보 30% 공천의 대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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