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가 거리의 노천 카페에 앉아
낯선 도시가 주는 설렘을 한껏 들이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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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상벵투역에서 오전 10시 45분 브라가(Braga) 행 기차를 탔다. 햇살이 내리쬐는 정오에 한적한 브라가역에 도착. 사실 이곳에 온 이유는 봉 제수즈 두 몬테(Bom Jesus do Monte)에 가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독실한 가톨릭 도시 브라가를 상징하는 봉 제수즈 성당이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브라가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갔다 오느라 코앞에서 버스를 놓쳤다. 30분이나 기다려 버스를 탔다. 이 버스의 종점이 바로 봉 제수즈 성당이다. 버스는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 앞 광장에서 멈춘다. 계단 대신 광장 한쪽에서 푸니쿨라를 타면 성당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광장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푸니쿨라를 놓쳐버렸다.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오르기 위해 걸어가는데 어느 노신사가 나를 부르더니 자신이 산 푸니쿨라 티켓을 주었다. 푸니쿨라 티켓을 왕복으로 끊었는데, 올라갈 때 푸니쿨라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계단으로 걸어 내려왔다며, 나보고 내려올 때 쓰라고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 말고도 계단으로 오르는 사람이 몇 사람 더 있었지만 대체로 한산했다. 계단은 지그재그 모양으로 돼 있고 각각의 모서리마다 예수의 일대기를 표현해 놓은 성소가 마련돼 있다. 그러니 계단 입구에서부터 보자면 아기 예수의 탄생부터 시작해 박해와 십자가 처형을 거쳐 부활까지 일대기를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중간 중간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도 있어 따로 물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중간에 기념품 가게가 있어 구경할 겸 들렀다. 작은 접시에 성당이 그려진 기념품을 샀는데 나중에 성당 옆 기념품 가게에 가보니 똑같은 걸 1유로나 더 싸게 팔고 있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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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찍고 물도 마시며 쉬엄쉬엄 계단을 올라 산 정상에 있는 성당에 올랐다. 성당 앞에는 정원이 예쁘게 가꿔져 있고 성당 내부는 굉장히 엄숙하고 화려했다. 특히 성모상이 무척 예뻐 한참을 그 앞에 앉아 있다가 나왔다. 성당 주변을 이곳저곳 살펴보며 사진을 찍다가 푸니쿨라가 매시간 정시에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시간 맞춰 갔다. 전기나 기름을 쓰지 않고 물의 압력을 이용해 움직인다는 푸니쿨라가 마냥 신기했다.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버스 정거장이 있는 광장에 내리니 이곳에 올 때 타고 왔던 2번 버스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브라가역으로 가는 길에 시내 어디쯤에서 내렸다. 이곳까지 와서 성당만 보고 가기가 좀 아쉽단 생각도 들고 시간도 돌아가기엔 아직 일렀다. 사전 정보 없이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보다가 브라가 대학도 들르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낯선 도시가 주는 설렘을 한껏 들이마셨다. 

시내를 걷다 길을 물어 역에 도착하니 간발의 차로 기차를 놓쳤다. 어쩌랴, 이 여행 자체가 무계획인 것을. 덕분에 일기도 쓰고 느긋하게 편지도 쓰며 다음 기차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인생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고속열차를 타는 것처럼 빠르고 분주하게 시간이 지나가다가도 다음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한동안 기다려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내일은 코임브라(Coimbra)로 갈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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