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헤어드레서’는 ‘파니 핑크’로 우리에게 친숙한 도리스 되리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몹시 비대한 몸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설 때조차 특수 제작된 지지물에 의존해야만 하는 싱글맘 카티. 머리 자르는 감각만은 최고지만 외모 때문에 취직이 쉽지 않던 그가 자신만의 미용실을 갖기 위해 좌충우돌,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담았다.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는 “뛰어난 이야기꾼인 감독답게 유머러스한 서술법 속에 독일 통일 이후 빈민, 금융자본, 이주민 정책 등의 메시지를 담은 점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임신과 출산을 통해 비혼 커플이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 결혼제도 밖에서 연애와 동거를 하고 아이를 가진 감독의 경험담을 자전적으로 그려 더욱 특별하다. 임신과 출산은 연인의 모든 관계를 뒤흔들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과 고민을 안겨준다. 지난해 이미 서울국제영화제의 공개 피칭을 통해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을 수상하고 지원금을 받아 제작된 후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3명의 레즈비언 외계인들이 지구에 왔다. 그들의 임무는? 바로 자신들의 행성의 오존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지구인의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 심지어 이 영화에선 레즈비언 외계인과 지구인 간의 이종족 결합이 성사되기까지 한다.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영화를 “에드 우드와 50년대 할리우드 B급 SF의 스타일을 차용하고 ‘맨 인 블랙’ 등 동시대 SF영화를 풍자하며 커다란 웃음폭탄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평했다. 선댄스 영화제가 주목해온 마들레느 올넥 감독의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신작.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 받는 중국의 여성 감독 중 한 명인 리위 감독의 신작 ‘관음산’도 기대작 중 하나다. 그는 현대 중국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착취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여성들을 그려왔다. 사랑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청춘 남녀 러브 스토리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떠올리게 한다. 장아이자(張艾嘉 장애가)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실비아 창과 중국 최고의 미녀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판빙빙(范氷氷 범빙빙)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