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는 1969년 혁명 후, 1975년에 ‘그린 북’이라는 팸플릿 형식의 정치경제사회 사상서를 출판했다. 그는 이 사상서에서 샤리아(이슬람법)에 기초한 대중 직접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이상 국가로 설정했다. 총 37조로 구성돼 있는 1969년 제정 헌법보다는 자신의 사상서인 ‘그린 북’에서 언급한 ‘사회의 법’을 우위에 두고 통치해 왔다. 정당과 의회, 모든 종족주의와 종파주의, 계급을 배제하고 ‘인민권력’을 강조했다. 그는 “통치기구는 본래 사회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어떠한 사회에서도 자연법은 관습과 종교에 기초해야 하는데, 통치기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은 인위적인 법이기 때문에 관습과 종교에 토대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다피는 1969년 헌법 제2조에도 ‘이슬람을 국교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샤리아 기반의 국가 건설을 언급하긴 했으나 실제로는 자신의 사상서를 하나의 종교 교리로 하는 리비아의 무함마드(마호메트)가 된 것이다.
카다피는 부족주의를 일소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40여 년 동안 근대화, 도시화로 급격한 사회변동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40~500여 개의 부족이 남아있고 그 중 30여 개 부족이 주요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화 혁명 과정에서 친 카다피 부족인 가다파 부족, 바라사 부족(카다피 부인의 출신 부족), 마가라 부족과 반 카다피 부족인 투레그 부족, 와르팔라 부족, 주와야 부족, 하사우나 부족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튀니지·이집트 민주화 혁명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부족주의가 리비아에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카다피는 ‘그린 북’에서 여성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42년 통치 기간 중 카다피는 2명의 부인 사이에 6명의 아들과 1명의 딸, 아들과 딸 2명의 양자 등 9명의 자녀를 두었다. 장남 모함메드의 어머니인 첫 번째 부인은 결혼 후 6개월여 만에 사망했다. 이번 리비아 시민혁명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친 카다피 군을 지휘하고 통제한 아들들은 알 이슬람, 카미스, 무아타심 등 모두 두 번째 부인의 자식들이다. 반면 카다피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전담 간호사 콜로트니츠카를 총애했고, 여성 경호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는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하는 동아건설의 대수로 공사에서부터 지난해 6월 외교관 추방 사건까지 우리와 많은 인연이 있다. 필자는 막 개방을 시작하던 2006년 7월 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트리폴리에 위치한 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리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에서 민주화 연착륙이 성공해 한국의 많은 경험들, 특히 경제발전과 민주화 경험이 중동에서의 한류와 같은 또 하나의 ‘가치의 수출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