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모르던 인도 라다크 지역 사람들. 1970년대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가난해졌다. ‘너는 있고, 나는 없는 것’에 대한 인식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궁핍하고 각박하게 몰아가는 가에 대한 질문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행복의 경제학’은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공동 연출과 출연을 맡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우리가 떠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지역 중심의 삶을 살아가라고 얘기한다.

무한 경쟁 요구하는 ‘세계화’

통신기술의 발달은 경제활동의 범위를 지역에서 세계로 확장시켰다. 자립적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초국가적인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도시 빈민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강대국들은 세계화를 빌미로 자유무역협정(FTA)을 강요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마치 링 위에서 헤비급과 라이트급이 싸우는 것처럼 결과는 뻔하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명승부 따위는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신화일 뿐이다.

영화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증가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다고 말한다. 광고와 미디어는 부자가 아니면 행복해질 수 없고 예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삶이라고 우리에게 경쟁할 것을 독려한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최신 노트북을 가지지 못하면 성적이 떨어지고 최신 스마트 폰이 있어야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세계화의 또 다른 폐혜 ‘자연환경 위협’

세계화가 가져온 또 다른 폐해는 천연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이다. 수입과 수출,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오염물질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미국에서 재배한 오렌지를 중국으로 옮겨 왁스칠을 한 뒤 다시 미국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은 운반 과정 중 다량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킨다. 또한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는 과소비를 부추겨 낭비와 비만을 가져오며, 우리는 비만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자원은 낭비되며 고갈된다. 이것이 정부의 지원을 받은 거대 기업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소비 촉진 정책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환경 파괴는 가속도가 붙는다. 오염은 기후 변화를 가져오고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파괴의 속도전을 벌이는 기업과 정부가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한 경제학

세계는 경쟁적으로 세계화를 외치며 정부는 개인이 당장 불행하고 힘들어도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논리를 당연하게 이해시켜 왔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성장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통장에 잔고가 불어나듯, 경제의 대차대조표만으로 우리의 삶은 성장할 수 없다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 경제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영화는 그 해법으로 경제활동의 지역화를 제시한다. 거대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 마트에서 소비하지 말고 지역의 소규모 시장에서 지역 상인에게 물건을 소비하면 상품의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배기가스 같은 오염도 줄일 수 있고 상품 변질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농약이나 방부제 사용도 피할 수 있어 소비자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더 싸게 얻고, 지역 생산자는 이익을 지역 발전에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에 정부는 개발비를 더 많이 투자하고 다양한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즉 한정된 자원을 써버리고 없애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로 재생산되는 경제(소비)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가’란 질문에 ‘파괴의 소비’를 멈추고 지역이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각각의 문화에서 다양성을 찾고 그 고유한 문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면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행복의 경제학’은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행복이란 자연과 공존하는 삶

영화 ‘행복의 경제학’은 자연과 사람,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제활동의 목적이 행복한 삶이 돼야지, 목적을 상실한 채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영화는 얘기한다. 영화의 공동연출과 출연을 맡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생태학자이자 7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중심에는 항상 여성이 있었다며 기존의 남성 중심적 경제학에는 사람과 자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기업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지하는 주류 사회를 저지할 수 없습니다. 매일 우리의 식탁이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다양하게 채워져야 할 ‘권리’에 대한 자각이 필요합니다”라며 소비의 주축으로서 개개인의 책임 있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힘의 논리에 기반 한 세계의 기업들과 각국 정부들은 미래 생존을 위한 활동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삶의 방식을 덜 소비하고 덜 파괴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교육이 지속돼야 합니다. 즉, 생산과 소비의 균형, 지방과 도시의 균형, 사람과 자연이 공존을 이루는 삶을 영위해야 합니다.”

행복한 소비는 과소비가 아니다. 마음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쇼퍼홀릭’이 되는 대신,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지역 중심의 경제활동으로 하나라는 연결감을 갖는 것이 행복한 경제를 만들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서울환경영화제

그린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주관하고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는 부분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한 영화 선언’이라는 슬로건으로 5월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올해 8회를 맡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세계 76개국에서 출품된 총 776편의 영화 가운데 16개국 20편을 엄선한 ‘국제환경영화경선’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 외에 기후변화와 물, 먹을거리,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로 환경문제에 접근한 30여 개국 130여 편의 다채로운 환경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홈페이지 http://www.gffi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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