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회장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논란과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에 대한 중과세, 불평등한 4대 보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부자감세 하고 4대강(사업) 하느라 돈이 부족하냐”라는 인터넷 댓글도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3일 뒤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산행 간담회를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 남북관계, 과학벨트와 신공항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대답만 할 뿐 질문은 거기까지였다. 모처럼 대통령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온 기자들은 ‘질문이 분위기에 안 맞게 딱딱하다,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핀잔만 들었을 뿐이다. 민생 질문에 대해서는 원천봉쇄한 채 소통의 부재를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역시 답하기 껄끄러운 문제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레임덕(퇴임 전 권력누수 현상)을 의식한 듯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서 뛰다가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라며 “나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그런 생각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대통령 하기 힘들지 않으시다니 국민이 힘들다는 것, 평지를 뛰신다지만 국민은 험한 산속을 헤맨단 걸 아셨으면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트위터에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 해 본 적 없다고? 국민 해먹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 드는데”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최근 한 경제 일간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3년 성적표 중 잘한 것이 ‘G20 개최, 경제 활성화, 금융위기 극복’ 순이고, 가장 못한 것이 ‘4대강 사업, 소통 부재, 소득의 양극화’로 조사됐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서민은 빈부 차에 허덕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원성은 높지만 귀를 막아버린 현 정부의 성적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논어에 “군자는 두루 사귀어 편벽하지 않으며, 소인은 편벽하며 두루 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소통 부재의 이 시기, 위정자가 꼭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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