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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미술관 제공
1949년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를 중퇴하고 결혼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활하던 32세의 여성이 홍익대 미술학부 조각과에 입학한다. 대학 졸업 후에도 조각에 대한 창작욕을 잠재울 수 없었던 이 여성은 1955년 세 아이를 남겨둔 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시피 주립대와 미시간 크랜브룩대 대학원에서 철 조각과 금속공예를 배운다. 1957년 모교인 홍익대에 부임한 그는 공사판에서나 쓰이던 용접기술을 조각교육 현장에 보급한다. ‘한국 여성 조각의 선구자’ 고(故) 김정숙(1917~91)이다.

모란미술관은 김정숙 작가 20주기를 맞아 작가의 기증 자료들을 전시하는 회고전을 열고 있다. 유가족이 모란미술관에 기증한 자료와 미술관 소장품을 선보인다. 관객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작업실에서 직접 사용했던 책장과 헤라, 망치와 정 등 작가의 손때가 묻어 있는 작업 도구들과 작품을 완성하기 전 실험했던 미니어처 석고 조각들이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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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Flying Form, 브론즈, 112×21×45㎝,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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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미술관 제공
지금까지 1992년 호암갤러리, 1996년 모란미술관,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개최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10년 만에 개최되는 전시다. 지난 2001년 회고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유가족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들을 기증하고 그 외 소품과 에스키스, 기타 자료 등을 모란미술관에 기증해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기증된 유작 70여 점의 가격은 50억~70억원으로 추정됐다.

김정숙 작가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윤영자씨와 함께 국내 1세대 여성 조각가임은 물론이고, 최초로 미국을 유학한 조각가로도 꼽힌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숙은 국내에 처음으로 철 조각과 용접기술을 도입했다. 1973년에는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창설에도 앞장서 1982년까지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연수 모란미술관 관장은 “선생은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조각가의 길을 열었고, 특히 용접조각과 철선조각 기법을 도입해 한국 조각사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김정숙의 초기 작품들은 여인상과 모자상이 많다. 두 사람이 얼굴을 기대고 있다거나,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 많고, 토르소(torso:목·팔·다리 등이 없는 동체만의 조각 작품)의 경우에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따뜻함을 전달한다. 특히 ‘모자상’ ‘키스’ ‘토르소’ 등의 작품은 정감 넘치는 조형미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누워 있는 여인상 Reclining Woman, 대리석, 81×31×29.3㎝, 1980년대 후반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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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미술관 제공
‘인체’는 그의 작품세계의 주된 소재다.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추상화·순수화됐다. 특히 대리석, 나무, 청동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제작된 ‘토르소’라는 일련의 작품들은 1967, 69, 70, 80년 등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난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작가의 만년을 장식하는 작품은 ‘비상’ 시리즈다. 브론즈나 대리석으로 새의 형상을 추상적인 형태로 치환한 비상은 비교적 단순한 외양을 하고 있다. 새처럼 날아오르는 생명의 본질을 엄격한 균형과 비례를 통해 표현했다. 작품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재와 상관없이 새털처럼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정숙은 새의 날개 이미지를 좋아했다고 알려진다. 그는 생전에 새의 날개를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날아올라가고 싶은 심정에서 연유된 것”(김정숙, 1983)이라고 표현했다.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던 작가의 심정이 이 연작에 담긴 게 아닐까.

전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미술관(www.moranmuseum.org)에서 3월 13일까지 열린다. 문의 031-594-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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