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작품 속 주인공은 베트남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택시 운전기사가 주인공이었으나 이번 무대에서는 여성 운전사로 주인공이 바뀐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김상수씨는 “최근 한국에는 엄마를 소재로 한 연극이 많은데, 이 중 대부분이 상투적인 신파여서 아쉬웠다”며 “구체적인 사회맥락 속에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어머니를 보여주기 위해 ‘일하는 여성’으로 어머니의 역할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더구나 운전은 탄광으로 말하면 막장이라고 할 만큼 고강도의 노동이다. 그러나 홍대 청소 노동자들처럼, 실제로 노동 강도가 센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사회적 시야에서 가려져 있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연출가는 2001년 ‘섬’을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 후 일본 오사카·도쿄,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화사첩’(花蛇帖)으로 국내 활동을 재기하면서 한국 연극계의 암담한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대학로는 상업주의에 함몰됐다”고 강조했다. “창작 연극이 턱없이 부족하고, 연극의 비판정신이나 예술성도 실종됐다”는 것.
작품은 ‘참된 연극이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다. 연출가는 “택시는 하나의 오브제이자 구조다. 여기에 그때그때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상시적 공연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11년 ‘택시,택시’에서는 대기업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논란 외에도 여배우의 성 상납 의혹, 용산참사 사건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소재들이 담겨있다.
김상수씨는 올해 ‘택시,택시’를 시작으로 두세 편의 창작극을 더 발표할 예정이다. “모국어로 된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싶다. 작가가 우리 연극 안 지키면 누가 지키겠나”라고 말하는 연극쟁이 김상수의 창작극 캠페인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