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현재 본회의 의결만 남겨 놓은 상태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방 예산제도에 변화를 주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성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무화하고 주민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지방 성인지 예산제도는 2013 회계연도부터 도입된다. 이 제도를 통해 지방 고유 영역의 예산 사업들에 대해서도 자원 배분을 성별로 공평하게 하는지 살피고 개선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더욱이 숫자로만 제시되는 불친절한 정부의 예산서를 넘어서 예산 사업의 성평등 효과에 초점을 맞춰 나간다는 면에서 성과주의 예산을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되돌아보면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성인지 예산에 관해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 인지 예산의 전신인 여성정책 예산분석 활동이 활발했던 때, 여성단체와 지방의원 그리고 학자들이 성인지 관점에서 지역 예산을 분석하고, 의원과 단체가 힘을 모아 실제 변화를 이끌었던 사례들이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예산 낭비의 전형인 ‘꽃아가씨’ 선발대회를 폐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대신 보육예산을 증액한 적이 있다. 서울 양천구, 인천시, 강원 원주시 등에서도 좋은 사례들이 있다.

이제 곧 법적 근거가 마련될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점들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획재정부의 오류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누차 지적되고 있듯이 국회에 제출되고 있는 현 성인지 예산서는 성별분리통계만 부분적으로 포함한 사업 설명 자료에 불과해 분석 보고서라고 볼 수 없다. 중앙정부를 모방하지 말고 지방정부의 의지가 담긴 성인지 예산서 틀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면 좋겠다. 둘째, 지방의회에서 성인지 심사를 위한 준비가 시작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재정 규모가 작다는 것이 기본적인 한계지만 그 안에서도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고 성인지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 성인지적 의정활동 경험을 가진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적극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주민참여예산제도와 성인지 예산제도 간에 적극적 연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성인지 예산 사업에 대한 의견이 활발히 개진된다면 두 제도는 윈-윈 할 수 있다.

성인지 예산제도, 처음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제대로 정착돼 돌아가면 제도 정착을 위한 투입은 줄고 효과는 높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가다. 지방 성인지 예산제도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모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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