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도덕적 영웅’ 만들기에
국가·지역사회 힘 기울여야

스포츠는 사람을 흥분시킨다. 축구를 보라. 평소엔 축구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월드컵이나 한·일 축구전이 열리는 날엔 모두가 흥분한다. 역도에 도대체 누가 관심이나 있었던가?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에 가까워지자 온 국민이 역도에 열광하는 팬이 돼 버렸다.

몇 년 전의 베이징 올림픽의 흥분과 긴장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제껏 겪은 올림픽 중에서 그렇게 직접 몰입해 보기도 처음이었다. 우리 대표 팀이 이기면 왜 그렇게 좋고, 지면 왜 그렇게 서운하던지. 여자 양궁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칠 땐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장미란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향해 돌진해 마침내 통쾌하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최고의 희열감을 느꼈다.

그런 흥분과 긴장을 만들어 온 국민을 열광시키고 국민적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 바로 스포츠 영웅들이다. 이 스포츠 영웅들의 장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 영웅들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엄청나게 힘든 연습과 고행 없이는 그런 장한 모습을 펼쳐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형성된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 듯이, 농부가 작물을 키우듯이, 부모가 아이를 키워 성장시키듯이, 스포츠 영웅들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스포츠 영웅들의 그런 연습과 고행은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과 봉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인 힘이다. 스포츠의 젊은 영웅들을 보면서 내 머릿속을 지배한 화두는 “저 장한 선수들이 저렇게 될 수 있기까지 부모들은 어떤 역할을 해준 것일까”였다. 저 장한 선수들의 부모는 무엇인가 독특한 역할을 해냈을 것이라는 추측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을 수상한 뒤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의례적으로 “부모님께 감사한다”는 언급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녀가 한 말은 “내 잠재력을 일찍부터 발견해서 세계적 선수로 만들어준 부모님께 고맙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부모님이 자기에게 해준 가장 핵심적인 일 즉, 잠재력의 조기 발견과 개발이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확실하고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어야 할 역할은 엄청나게 많다. 의식주를 챙겨주는 것 이외에 부모는 소질, 적성, 잠재능력 등 자녀가 가진 미래 자원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소질과 적성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이것을 길러주기 위한 희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수영선수 박태환을 통해서도 우리는 부모 역할의 진수를 본다. 4살 때의 박태환은 기관지가 약한 그저 보통의 유아였다. 수영이 기관지 건강에 좋다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부모는 수영장에 데리고 다녔고, 그 과정에서 그가 남보다 수영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수영에 매진토록 독려했다. 부모의 흔들림 없는 희생적 지원 노력이 결국 기적과 같은 박태환의 금메달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의식주를 챙겨주고, 학교 공부를 잘하는가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국한될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즉, 부모의 역할은 자녀들 속에 숨어 있는 소질과 적성 등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개발해 주는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스포츠 영웅은 계속 태어날 것이다. 박세리 선수를 효시로 세계 수준의 여자 골프 선수가 계속 줄을 잇고 있는 것처럼, 양궁, 피겨 스케이팅, 축구, 야구, 마라톤 등에서 계속 태어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스포츠 영재의 발견과 육성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덕적 영웅은 어떤가? 도덕 분야의 영웅도 부모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스포츠 영웅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커도 도덕적 영웅과 인재를 만드는 일에는 국가도, 지방자치단체도, 학교도, 부모도, 학생 자신들도 별로 관심이 없다.

도덕적 영웅이 될 만한 소질과 적성을 가진 청소년들을 그 방향으로 발굴해 키워줘야 한다. 과학과 스포츠 분야에서 영재가 필요한 만큼 우리 사회는 이제 도덕분야에서도 영재를 키워야 할 때가 됐다. 매스컴에 매일 터지는 유명 인사들의 비리와 부패를 목격하면서, 이제 우리 사회도 도덕적 영웅을 만들고, 그들을 기리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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