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신청한 아기 이름은 텐진 쉐둡. 엄마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환경부 산하의 청소관리소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집집마다 쓰레기를 치워주러 다니는, 즉 환경미화원입니다. 쉐둡은 이제 7개월 반. 남편이 없는 쉐둡의 엄마는 아직 돌도 안 된 아기를 업고 쓰레기를 치우러 다닌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아기가 더러운 쓰레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캘상 말로는 아기를 데리고 나가지 않을 때는 방안에 가둬두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실 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태춘씨의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노래와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공장과 식당에 일하러 다니는 아빠, 엄마가 출근하며 방안에 가둬두었던 두 남매가 갑작스런 화재에 하늘나라로 떠났던 사건을요.
어쨌든 캘상의 부탁대로 패마에게 쉐둡의 이야기를 전하며 아마 제가 조금 흥분해 있었던가 봅니다. 가정환경 조사를 함께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는 당연히 패마가 허락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지요. 그러나 패마의 대답은 단호히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캘상이 조사를 나가는 것은 좋지만 저는 가서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니, 왜 난 안 된다는 건가요?”
쉐둡의 사연에 마음이 아팠던 만큼 실망이 컸지요. 패마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록파 탁아소에는 1년에도 수십 명의 아기들이 들어오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중에는 쉐둡처럼 정말 어려운 사연을 가진 아기와 엄마, 아빠도 많고 직접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부탁하는 경우도 많지요. 저도 사람이니 그런 경우엔 정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한 번 두 번 예외를 인정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공평성을 잃게 돼요. 쉐둡의 상황을 조사해 보고 학부모 회의의 결정에 따라 받아들일지 정하게 되겠지만, 외국인이 함께 찾아가면 당장 어떤 도움이 생길 걸로 기대하기 쉬워요. 그런 문제 때문에 저도 아기들이 새로 들어오면 얼마 동안은 개인적인 접촉을 안 하려고 하는 걸요.”
티베트인의 삶에 조금 더 깊이 다가가고 싶었던 저의 희망은 이렇게 해서 첫 번째 좌절을 겪었습니다. 친구가 돼 주겠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되 그들이 나에게 의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게다가 외국인인 저에게는 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그 장애물을 넘어서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오은영 / 록파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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