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남성 3명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공개심리 열어

여성만을 선발하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모집요강과 이를 인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처분은 바람직한 것인가. 지난 10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여성만을 선발하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해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엄모씨 등 3명이 낸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1년 5개월 만에 열렸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9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해 온 엄모씨 등 청구인 3명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가한 로스쿨 전체 정원 2000명 중 100명을 할당받은 이화여대가 여성에게만 입학을 허용해 남성의 로스쿨 정원은 1900명으로 제한돼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의 쟁점은 ‘금남의 공간’인 이화여대의 로스쿨 모집요강. ‘4년제 이상 정규대학 학사학위취득(예정)자 또는 이와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는 여성’만으로 국한한 지원 자격 요건이 남성인 청구인들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및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느냐는 것이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이화여대 로스쿨 설치인가를 하면서 여성만을 입학자격요건으로 하는 입학전형계획을 인정한 부분의 위헌 여부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한영의 전용우 변호사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데 남성은 이화여대 로스쿨에 입학할 수 없게 청구인들은 헌법상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판·검사 임용 인원은 여성이 오히려 많은 상황에서 여성을 위한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전학선 한국외대 교수는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 만큼 국가가 수행해야 하는 교육을 사인인 이화여대가 대신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단순히 사학의 자율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로스쿨에 여성만을 위한 합격자 정원을 별도로 둔다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어 기본권 제한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화여대 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화우의 이선애 변호사는 “모집요강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학의 자유와 자율을 보장받을 권리에 기초한 조치”라고 맞섰다. 특히 이대 로스쿨의 교육목표가 ‘성평등에 기반한 법조인 양성’ ‘차세대 여성 지도자 양성’인 만큼 여성만 입학 대상으로 삼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이대 측은 또 “이화여대는 여자대학이라는 이유로 우대를 받아 로스쿨을 인가 받은 것이 아니라 전국 5위의 점수로 100명을 배정받은 것으로 여성할당제 내지 적극적 우대조치가 아니”라며 “만약 이것이 적극적 우대조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여성의 진출이 현저히 적은 직역으로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대리인을 통해 “인가신청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인가를 해줬을 뿐이고 어떤 내용으로 인가를 신청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판단”이라며 “교과부 장관의 인가 자체만으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고 여성에 비해 남성을 비례원칙에 위반해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참고인으로 나선 김하열 고려대 교수도 “이화여대의 모집요강은 이화여대의 교육이념, 여성(Single-sex) 교육 명문으로서의 오랜 전통, 차별적 의도와 표지의 부재, 여성(Single-sex) 법학전문대학원이 발휘할 수 있는 순기능, 우수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육목표와의 양립, 청구인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화학당의 모집요강은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목적과 여성 지도자 양성이라는 사학의 교육이념을 조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범위 내의 것으로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헌법소원 사건의 심판 대상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다. 헌재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이화여대 로스쿨 인가 처분을 ‘공권력 행사’로 볼지 여부에 따라 위헌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번 공개변론에서 진행된 양측 입장을 검토한 뒤 3∼4개월 후 위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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