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전통에 종말을 고하는 아랍의 시민혁명
가부장적 전통에 종말을 고하는 아랍의 시민혁명
  •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동아프리카학과)
  • 승인 2011.02.11 11:38
  • 수정 2011-02-1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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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5000년 정치사 중 정권교체 여성 참여 처음
“부패한 정부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 조국을 위해 싸울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지금 당장 타흐리르(해방) 광장으로 나오세요.”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시작된 1월 25일 한 페이스북에 올라온 비디오 영상의 내용이다. 30년 폭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반정부 시위에 국민의 동참을 촉구한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 두건)을 쓴 젊은 여성이었다.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26세의 아스마 마흐푸즈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직장도 없었다. 그러나 “수줍은 한 젊은 여성의 페이스북 호소는 지금은 이집트 민주화의 명소가 된 타흐리르 광장에 수십만의 남녀 시위대를 결집시킨 기폭제가 됐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흐푸즈의 동영상 호소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 남성은 물론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중동의 민주화 열풍 이면에는 이런 여성들의 역할이 작지 않다. 23년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튀니지 대통령을 몰아내고, 30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 약속을 받아낸 시위대에는 히잡을 쓴 혹은 히잡을 벗어던진 많은 여성이 있었다.

약 5000년 아랍의 중앙집권 정치사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여성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이번 아랍권 시민혁명은 단순한 독재 타도 혁명이 아니다. 보다 큰 틀에서 보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인식체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사상혁명에 가깝다. 아랍권에서는 이 인식체계가 특히 강하다. 유목생활 때문이다. 정착문명과는 달리 생사를 결정하는 우물 혹은 오아시스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을 해야 했다.

외부의 적과 항상 싸우기 위해 강력한 유대가 필요했고, 생존을 위한 전투는 남자들 몫이었다. 가장 강력한 가문 혹은 집안의 남자 어른에게 모든 지도력과 권력이 주어졌다. 부족원은 부족장의 명령과 권위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이 전통의 바탕 위에 이슬람교가 시작됐고, 종교적 해석이 모두 남자에 의해 이뤄지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는 더욱 강화됐다.

때문에 아랍권의 지도자는 아버지와 같은 권위를 가졌다. 시민들이 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터부시돼 왔다. 아버지와 같은 지도자의 권위에 딸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 도전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아랍권의 시민혁명은 ‘보호’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활동을 제약한 아랍권의 전통에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여성들이 참여해 강압적인 힘이 아닌 목소리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한 이번 시민혁명은 아랍은 물론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남성 중심 가부장적 인식체계에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아랍의 민주화 열풍은 장기화할 것이다. 튀니지, 이집트 등 비교적 여성의 사회참여가 일부 허용된 공화정 국가에 터진 이 사상혁명의 봇물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보다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왕정국가들까지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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