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수록 명절연휴기간동안 해외나 국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설 명절은 하루 이틀 휴가를 쓰거나 아예 회사차원에서 일주일을 쉬게 해 거의 열흘에 가까운 긴 휴가를 떠날 수 있어 주요 관광지행 비행기 티켓은 지난해 연말에 이미 예약이 끝났을 정도다. 세대가 바뀌면서 전통제례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조상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예지원 강영숙 원장은 효가 근본인데 이것이 퇴색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예의죠. 설날은 새로운 해의 시작이므로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이는 자녀에게는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중요한 교육이 됩니다.” 그는 특히 얼마 전 제례를 지내기 않겠다고 한 며느리에 대해 이혼사유가 된다고 판결한 재판 사례를 들며 종교를 떠나서 그 집안의 어르신들을 숭배하는 의식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살지는 않더라도 부모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효심은 인간의 근본인 것입니다. 문명화가 덜 된 아프리카의 원주민들도 옷은 안 입어도 제례는 꼭 지키죠? 그것이 그 나라의 의례이기 때문이에요.” 강 원장은 만일 물가가 오르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례를 지내기가 어렵다면 ‘한 접시당 음식 한 개 씩’이라도 올려서 지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조상을 섬기고자 하는 예를 지키는 마음’인데 이런 것들이 터부시 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사람의 본바탕을 채우는 의식을 등한시한다면 사회가 점점 더 혼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제례는 추모의 뜻도 있지만 ‘후손들의 평온과 교류, 화합을 기리는 날’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며 제례를 귀찮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감히 버려야 할 ‘국적불명의 악습’이에요” 그러나 제례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결혼 한지 16년이 됐다는 김경낙(44) 씨는 결혼을 하자마자 집안에서 지내던 제례를 그만두었다. 김 씨는 “도대체 국적불명의 제례를 왜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례에 대한 압박을 여성들이 짊어지는 것도 잘못이라며 명절에 어느 한 집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굳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물어 보고 싶어요. ‘부부가 서로 나눠서 하느냐’ 고요.” 그는 내 가족 중 누군가에 의한 희생으로 유지되는 행사라면 결단 있게 그만둘 수도 있을 거라며 제례를 지내지 않게 되면서부터 아내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또 그만큼 어머니도 고생을 더시니 부모님에 대한 효도라고도 생각한다며 부모님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과감히 제례를 지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조상님이 원하시는 건 잘 차려진 차례상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며느리가 몸종인가요?” 결혼한 여성들은 제례 자체보다도 시댁의 태도에 가장 불만이 많다. 결혼한 지 5년차라고 밝힌 한 여성네티즌은 “시댁에서 제례를 지내기 위해 몇 시간 씩 차를 타고 40개월, 15개월 된 두 아이를 데리고 내려갈 때마다 남편도 참석하지 않는 제례에 내가 왜 그렇게까지 가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에 아이를 유산하고도 3일 만에 제례를 지내기 위해 시댁에 내려가기도 했다”며 ”꼬박꼬박 챙기다가 어쩌다 한 번 못 갔더니 시댁 쪽에서 대놓고 욕을 하더라”고 현실감 없는 제례는 관습이 아닌 악습이 될 수도 있음을 꼬집었다. 이 네티즌의 글에는 ‘며느리를 몸종으로 아느냐’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려 있다. 또 결혼 9개월째라고 밝힌 다른 여성네티즌은 “시댁 할머님 제례가 설날 연휴 다음날이라 주말에도 친정에는 못 갈 것 같다며 시어머니께 친정방문에 대해서 직접 여쭤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시댁에서 차례 준비를 위해 연휴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정작 친정에는 시부모님의 눈치를 봐가며 가야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구를 위해 제례를 지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 중 하나로 꼽히는 제례형식에 대한 문제의 제기는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것으로 발전되고 있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는 “농경사회에서 모여 살던 시기에는 제례라는 것이 공동체를 유지하며 서로 유대관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하기도 어려운 데다 지금의 삶의 방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점점 여성들이 제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이것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보다 더 간소한 형식으로, 혹은 제례중심의 명절에서 가족과 친척 간 결속과 우애를 다지는 형식으로 변화될 것이라며, 현실에 맞게 그 형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제례 자체를 없애기 보다는 남녀가 서로 도우며 제례를 지낸다면 굳이 지내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제위기를 겪는 지금, 제례를 지내지 말까보다는 어떻게 차례상을 알뜰하게 혹은 효율적으로 차릴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변화에 따라 전통문화도 재편 혹은 재구성되면서 명절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공동체적 의미를 강조하는 명절문화에 대해 세대간·성별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통구조를 창조하는 것이 남은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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