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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파에는 많은 티베트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우선 탁아소에만 다섯 명의 선생님이 있고, 여성작업장에도 열 명 가까운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 록파 숍의 매니저도 여성인 ‘상모’가 맡고 있지요.

록파 도서관의 일을 하면서 티베트 아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아이들의 영민함과 활달함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탁아소와 여성작업장의 성인 여성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춤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수다도 잘 떨지만 또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강한 여성들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의 강인함은 그만큼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도서관 담당자인 냐왕은 여자 어린이들의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티베트 사회에서는 여자 어린이라고 해서 특별한 차별을 받거나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또 그동안 제가 지켜본 바로도 어린이는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형편이 되는 한 학교에 열심히 보내고, 능력과 가정 형편이 뒷받침된다면 대학에까지 진학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부모의 애정도 아들과 딸을 달리 대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요.

이곳 맥그로드 간지에만도 사실 많은 청년들이 돌아다닙니다. TCV(Tibetan Children′s Village) 학교가 고등과정까지이니 아마도 이 학교를 갓 마쳤을 법한 젊은 청년들부터 20대 중후반까지의 청년들이 장사를 하기도, 식당에서 서빙을 하기도, 혹은 백수 비슷한 채로 배회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여기까지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나이 또래의 여성들은 거의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들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어디에 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주변에 살고 있었지요. 탁아소에서 일하는 선생님들도, 여성작업장의 엄마들도, 그리고 상모도 모두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가 딸려 있거나, 혹은 벌써 결혼에 실패해서, 아니면 돈 벌러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싱글맘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비슷한 또래의 남성들과 달리 이미 그들은 하나나 둘, 혹은 셋의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죠.

남녀를 불문하고 대학을 가는 일이 쉽지 않은 티베트 사회에서 여성들이 스무 살을 넘자마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듯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혼자가 됐기 때문에, 혹은 남편이 있더라도 맞벌이가 당연한 이곳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록파 숍의 매니저인 상모는 6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알코올 중독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려 할 때 친정 식구들은 아이를 두고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대 남편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었던 상모는 친정 식구들과도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딸만 있으면 된다는, 자기 인생에 결혼은 다시 필요 없다는 당찬 여성입니다. 탁아소에서 주방을 맡고 있는 ‘칸두’ 역시 혼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부가 헤어져도 남편에게 아이에 대한 양육의무를 지우지 않는 인도의 법체계는 칸두에게 아무런 보호막도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전남편은 길에서 마주치는 칸두의 딸 라모조차도 모른 척 한다고 합니다. 탁아소 선생님인 ‘초모’는 이혼 후 재혼을 한 경우입니다. 첫 남편은 티베트 사람이었고, 현재의 남편은 네팔 사람인데, 각각 딸 하나씩을 얻어 지금은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나름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티베트 엄마들도 싱글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남의 나라에 삶의 터전을 꾸린 난민사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어서 많은 가정들 역시 이런 불안정 속에 내던져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돈을 벌려 외국으로 떠난 아빠, 티베트에서 넘어오는 과정에 흩어진 가족들, 인도에서도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 떨어져 사는 부모와 자식. 티베트 사회에 결손가정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지워진 생계와 교육의 책임은 버겁기만 합니다. 그러니 티베트 사회가 아무리 여성들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그들의 삶이 남성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록파가 여성작업장을 탁아소에 이어 세우게 된 것은 이런 배경들 때문일 것입니다. 교육받지 못한, 그러나 어떻게든 사회 속에서 자립해가야 할 많은 여성들, 특히 싱글맘들에게 여성작업장은 그야말로 꿈을 꾸는 작은 요람이 되고 있습니다.

오은영/ 록파 자원활동가록파에는 많은 티베트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우선 탁아소에만 다섯 명의 선생님이 있고, 여성작업장에도 열 명 가까운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 록파 숍의 매니저도 여성인 ‘상모’가 맡고 있지요.

록파 도서관의 일을 하면서 티베트 아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아이들의 영민함과 활달함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탁아소와 여성작업장의 성인 여성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춤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수다도 잘 떨지만 또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강한 여성들입니다.

 

생리대 워크숍에 왔던 탁아소 엄마들의 모습.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생리대 워크숍에 왔던 탁아소 엄마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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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면 그들의 강인함은 그만큼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도서관 담당자인 냐왕은 여자 어린이들의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티베트 사회에서는 여자 어린이라고 해서 특별한 차별을 받거나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또 그동안 제가 지켜본 바로도 어린이는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형편이 되는 한 학교에 열심히 보내고, 능력과 가정 형편이 뒷받침된다면 대학에까지 진학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부모의 애정도 아들과 딸을 달리 대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요.

이곳 맥그로드 간지에만도 사실 많은 청년들이 돌아다닙니다. TCV(Tibetan Children′s Village) 학교가 고등과정까지이니 아마도 이 학교를 갓 마쳤을 법한 젊은 청년들부터 20대 중후반까지의 청년들이 장사를 하기도, 식당에서 서빙을 하기도, 혹은 백수 비슷한 채로 배회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여기까지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나이 또래의 여성들은 거의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들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어디에 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주변에 살고 있었지요. 탁아소에서 일하는 선생님들도, 여성작업장의 엄마들도, 그리고 상모도 모두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가 딸려 있거나, 혹은 벌써 결혼에 실패해서, 아니면 돈 벌러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싱글맘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비슷한 또래의 남성들과 달리 이미 그들은 하나나 둘, 혹은 셋의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죠.

남녀를 불문하고 대학을 가는 일이 쉽지 않은 티베트 사회에서 여성들이 스무 살을 넘자마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듯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혼자가 됐기 때문에, 혹은 남편이 있더라도 맞벌이가 당연한 이곳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록파 숍의 매니저인 상모는 6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알코올 중독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려 할 때 친정 식구들은 아이를 두고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대 남편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었던 상모는 친정 식구들과도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딸만 있으면 된다는, 자기 인생에 결혼은 다시 필요 없다는 당찬 여성입니다. 탁아소에서 주방을 맡고 있는 ‘칸두’ 역시 혼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부가 헤어져도 남편에게 아이에 대한 양육의무를 지우지 않는 인도의 법체계는 칸두에게 아무런 보호막도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전남편은 길에서 마주치는 칸두의 딸 라모조차도 모른 척 한다고 합니다. 탁아소 선생님인 ‘초모’는 이혼 후 재혼을 한 경우입니다. 첫 남편은 티베트 사람이었고, 현재의 남편은 네팔 사람인데, 각각 딸 하나씩을 얻어 지금은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나름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티베트 엄마들도 싱글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남의 나라에 삶의 터전을 꾸린 난민사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어서 많은 가정들 역시 이런 불안정 속에 내던져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돈을 벌려 외국으로 떠난 아빠, 티베트에서 넘어오는 과정에 흩어진 가족들, 인도에서도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 떨어져 사는 부모와 자식. 티베트 사회에 결손가정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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