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디지털 언어와 디지털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이들은 밥은 안 먹어도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문자 편지가 없으면 못 산다고 하면서 인터넷 채팅 언어를 변화·발달시켜서 자기네들끼리만 통하는 신조어와 은어(隱語)로 새로운 언어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신인류(新人類)다. 이들은 말로만 의사소통을 할 줄 아는 어른들과의 대화를 “대놓고 화내기”라면서 어른들과 말하기를 싫어한다. 어른들은 또 어른들대로 청소년들의 의사소통 방법이 얼굴 대신에 기계를 마주하는 비인간적이고 고립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걱정하면서 청소년들이 기존의 말하기, 글쓰기 법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의 언어문화 속에 번뜩이는 재치와 창의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2011년 벽두, 여성가족부가 조사해 발표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을 보면 많은 청소년들이 ‘욕설’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들어보면 먼저 우리나라 청소년의 73.4%가 매일 습관적으로 욕설을 한마디 이상씩 사용하는데 그들의 27%만이 그 의미를 알고 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욕설이 일상화되고 공통언어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인터넷 채팅과 댓글, 게임, 인터넷 소설 등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청소년들이 욕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읽고 있는 인터넷 소설 속 욕설문화는 자신들의 학교생활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한다. 셋째 청소년들은 ‘욕’을 친밀감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을 하거나 욕을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욕하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욕 안 하는 친구들을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리고, 비웃기도 하면서 욕설문화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대한 규제 및 자율 정화를 병행 권장하고, 각종 매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언어와 청소년 보호 교육을 실시하며,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한 사회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욕을 친밀감과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하면서 일상의 공통언어로 쓰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언어문화는 어른들을 놀라게 하고 한탄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은 자기네들이 감당해야 하는 심한 스트레스와 축적된 욕구 좌절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욕설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며 이런 현상은 일과성(一過性)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실제로 대학생이 되면 상당수가 이런 욕은 하지 않게 된다고 하니 역시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재치 있고 창의적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은 욕으로밖에는 해소할 수 없는 그들의 엄청난 스트레스와 욕구 좌절을 아픈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말은 곧 생각의 표현이기 때문에 의미도 모르는 욕을 습관적으로 무례하게 주고받는 동안 청소년들의 정서세계가 살벌하고 황폐해질 것을 염려하고 이를 방지해야만 한다.

이제 어른들은 인터넷과 방송매체에서 쏟아내는 온갖 정보는 쉴 새 없이 변하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덕목들(사랑, 배려, 예의, 정의, 도덕, 성실, 정직 등)은 영원하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적극 알려주고 청소년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문화를 솔선수범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에 여성가족부가 제시한 청소년 언어생활 개선 방안과 이를 위한 사회운동의 전개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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