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용접·CNC·제품검사 과정 등 수요자 중심 일자리로 취업률 높여

방명희(38)씨, 이효연(38)씨, 장청옥(41)씨는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용접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특수용접 기술자들이다. 이들이 받는 연봉만 해도 4000~5000만원 정도. 그러나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들은 중소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생산직 근로자이거나 식당 주방에서 일하던 여성들이었다. 2009년 당시 금융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던 이들의 인생에 반전이 일어난 건 경남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새일본부)의 ‘여성특수용접 기술자 양성과정’을 수강하면서부터. 한국폴리텍대학에서 3개월간 매주 5일씩 총 340시간의 교육을 통해 이론과 실습을 익힌 이들은 이후 남성들도 따기 어렵다는 특수용접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정성희(36·사진) 경남 새일본부장은 “용접이라고 하면 남자들만 하는 분야로 여기기 쉽지만 알루미늄 용접 등의 특수용접은 섬세함과 치밀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정 본부장이 이끄는 경남 새일본부는 지난 2007년 경남창원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공단형 취업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2008년 2월 정 본부장이 취임한 이후 2009년에는 경남 지역 새일본부로, 2010년에는 새일센터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광역형 새일본부로서 경남의 16개 시군에 취업설계사를 파견해 여성들에게 취업지원을 제공하고 시군에서 시행하는 미니취업박람회나 특강도 지원하고 있다. 경남 새일본부는 개소 이후 지난해까지 1만여 명을 취업시켰다. 지난해 취업자수는 2641명이며 광역본부로서 시군에서 취업을 연계한 인원은 2600여 명이다. 또 주부인턴제 85개 업체에 174명이 인턴으로 취업했다. 본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모두 8개로 취업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61명이 교육을 받았고 이 중 70%가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 운영된 ‘여성 제품검사 양성과정’의 수강생 23명은 모두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제품검사는 전자제품, 휴대폰, 음향기기 등에 들어가는 부품이 불량이 없는지 세밀하게 작업하는 과정으로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이라면 전문성을 가지고 진출하기 좋은 분야”라고 소개했다. 경남 새일본부가 운영하는 특수용접, 제품검사 등의 교육 프로그램은 다른 취업기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 본부장이 직접 경남 새일본부에서 운영하는 취업지원협의체를 비롯한 기업의 실수요를 파악한 후 교육과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새일본부장으로 오기 전까지 경남발전연구원 경남지역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에서 인적자원개발 관련 정책 발굴 및 인력 양성사업, 정보시스템 구축에 대한 전반적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다. 정 본부장은 “수요자 중심의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노비즈협회, 이업종연합회, 경영자총협회, 창원시 기업지원 국장 등 기업이 소속돼 있는 협회와 정책을 총괄하는 시·도 담당 공무원이 모여 취업지원협의체를 구성해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했다”며 “여기서 지역별·기업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여성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1년에 4회 회의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경남 새일본부가 개소 3년간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구인·구직 매치는 여전히 힘들다”며 “특히 남성이 주로 하는 분야인 용접이나 CNC(절단기계 운영)에 대해 선입견이 많고 아무런 경력이 없는 분들도 좋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용접, CNC 등 기존 남성들이 주로 했던 분야라도 섬세한 여성들의 특성을 살리면 남자보다 잘할 수 있고 일자리도 얼마든지 많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렵겠지만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올해는 경남 새일본부가 광역형 본부로서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자리를 잡아가고 싶다”며 “앞으로 시·군 취업지원을 강화하고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이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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