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연습으로 실력 쑥쑥…정기 연주회도

음악이론을 설명하던 선생님이 “크레센도가 뭐죠?”라고 묻자 한 아이가 “(속삭이듯) 크레센도, (또렷하게) 크레센도, (아주 크게) 크레센도!”라고 답한다. ‘점점 크게’라는 뜻이나 ‘crescendo’라는 정확한 스펠링을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용어의 의미와 쓰임을 정확히 알고 자신만의 암기 방법으로 답한 것이다. 지난 7일 금요일 오후에 찾은 ‘우리동네오케스트라’ 연습실의 모습이다. 

‘우리동네오케스트라’는 서울시의 위탁사업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진행하는 구로구 어린이 대상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자 지역 밀착형 문화복지 사업이다. 서울시향 문화사업팀 김종현 과장은 “어린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미래에 대한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개인과 가족, 나아가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고 사업의 목적을 설명했다.

나현정양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서도 엄마에게 업혀서 연습실에 나왔다. 일주일 남짓 입원해 있는 동안 “빨리 퇴원해 연습에 나오고 싶어 혼났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우리동네오케스트라’는 예산이나 연습실 사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반복적인 교육이 힘들다는 기존 문화복지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총 3회의 레슨을 받는다. 2회는 6명 이하의 인원이 팀을 이뤄 악기연주 실습 교육을 받고, 매주 금요일에는 이론교육 및 합주 연습을 한다. 교육 기간 동안 악기도 무상으로 대여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연습을 할 수 있다.

교육을 총괄하는 김영훈 음악감독은 “악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반복’”이라며 “아무리 질 좋은 교육을 해도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 복습하고 다시 연습하지 않는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단원 하현빈군은 연주 연습에 충실하기 위해 다니던 학원 5개를 모두 그만뒀다.

지도자들은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연주가들이 모인 서울시향의 단원들이다. 워낙 강연과 레슨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아동심리, 사회복지 등 분야의 교육을 4개월간 이수했다.

“내 악기 하나의 소리보다 친구들의 악기 소리를 함께 들으면 더 예쁘고 좋아요.”(맹다연)

아이들의 연주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보다 더 큰 성과는 바로 이렇게 처음에는 “콩 튀듯”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라는 일종의 작은 사회를 경험하면서 결집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김 감독은 “연습 3개월을 넘어서자 아이들 간에 실력 차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이런 차이를 극복해 나갔다”고 연습 과정을 회상했다.

오케스트라는 매년 새로운 시범 구를 선정해 학생 30명씩을 연차적으로 증원해 나갈 계획이다. 시범사업이 마무리되는 2013년에는 관악기와 타악기까지 포함한 120여 명의 오케스트라가 구성된다. 이후 종합평가 결과가 좋으면 서울시 전 지역으로 사업이 확대된다. 서울 곳곳에 ‘우리동네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꿈과 희망의 선율이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