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애호가 로렌 아이즐리는 “이 지구상에 마술이 있다면 그 마술은 물속에 있을 것이다. 물은 모든 곳에 미치고 있다. 물은 과거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한다. 물은 양 극지대를 두루 흘러다니고, 대기 위에서 얇게 떠다닌다. 정교하고 완벽한 모양새의 눈송이를 만들 수 있고, 수많은 생명체들을 반짝이는 뼈 한 조각으로 바꾸어 해안가로 밀어 올려 놓는다”며 물의 위력을 찬양했다.

‘물 이야기’는 지난해 1월 첫째 주 칼럼에서 360만 년 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라에톨리 지역에 사는 세 명의 가족이 물웅덩이를 찾아 걸어간 발자국 이야기로 시작했었다. 그 이후 인류의 역사가 이어오는 동안 우리의 조상들은 바위 위에 여러 소식들을 남겨놓았다. 이 암반화의 주제로 대개 추수, 동물의 무리, 사회계층 등의 주제와 함께 ‘물’을 표현하는 그림문자가 다양하게 발견된다고 고고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회오리 모양이나 굴렁쇠 혹은 무지개 모양의 여러 선으로 표현된 물을 뜻하는 암반 조각을 보면서 물이 인간사회에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로서 존재했다는 위력에 새삼 찬양을 보내게 된다.

물을 통한 의례나 축제는 세계 문화사에 잘 녹아 있다. 비는 신비스러운 특별한 현상이다. 비는 땅과 하늘을 이어주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땅과 하늘을 동시에 만지고 있는 가느다란 지팡이는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가 있다. 답은 ‘비’다. 특히 비가 넘치거나 모자라는 지역에서는 비 축제가 다양하게 진행된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기우제를 주관한 추장에 대한 기록이 많다. 성공적인 기우제 제주들은 존경과 재력을 향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성공적이지 못한 제주는 동네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때로는 물과 연관시킨 물체를 사용한 의례도 있었다. 나뭇가지를 물에 적셔 뿌린 돌을 공중에 던져 비가 내리도록 기원하거나, 미 대륙 원주민같이 온 몸을 비가 내리듯 한 모양의 줄무늬로 장식하고 ‘비춤’을 추면서 물소들의 꼬리를 물에 적셔서 흔들고 다니며 물에 기원한다.

새해 축제에는 특히 물이 많이 등장한다. 동·서남 아시아에 두루 펼쳐져 있는, 그들의 달력으로 새해인 4월 15일 근처에 곳곳에서 펼쳐지는 물의 향연은 ‘정화와 유희’라는 종교의 양면성을 포함하고 있다. 태국의 ‘쏭끄란’이라는 신년 물 축제는 이제는 서구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 전통 무속의 ‘巫(무)’자도 하늘과 땅을 잇는 의례에서 양옆의 사람들이 춤추며 즐긴다는 뜻이다.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갑자기 장독대에 깨끗한 물 한 사발 떠놓고 한 해 가족의 안녕과 평안을 비는 정갈한 옷차림의 우리 어머니들의 옛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도 대한민국은 그 물의 위력으로 이렇게 21세기를 풍미하고 있고, 거나한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도 내딛고 있나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의 기원을 모아서 대한민국을 살리는 물의 힘에 찬양을 보내면서 ‘물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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