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치색 강조…부패 척결이 최우선 과제
2004년 48세의 나이로 헌정사상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된 김영란(54·사시20회·사진)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가 국민권익위원장이 됐다. 그동안 여성 종중원 인정, 사립학교에서의 종교의 자유 인정, 대학 시간강사의 ‘근로자성’ 인정 등 소수 진보 성향의 판결을 내려온 그이기에 ‘MB맨’ 이재오 현 특임장관의 후임이 됐다는 사실이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1월 3일 임명장을 받고 막 임무를 시작했다는 김 위원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할 때도 그 자신 이를 의식한 듯 “정치성 짙은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재오 장관의 후임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대통령께서) 정치적 의미를 탈색해달라는 것이 아닌지 막연히 추측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겨울방학을 활용해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방문교수로 자료를 수집하고 3월 강의를 구상할 목적으로 미국 비자까지 받아놓고 관련 서적도 잔뜩 구입한 상태여서 대통령의 국민권익위원장직 제안이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권익위가 비정치적이고 국민 권익을 보호해주는 자리라고 거듭 제안”하는 등 청와대 측에서 닷새에 걸쳐 설득한 결과 결국 위원장직을 수락하게 됐다. 여기엔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역임했던 남편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의 “아직 젊은데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왜 마다하느냐”는 한 마디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부터 (위원장 경험이 있는) 남편의 조언을 들어봐야겠다”며 웃었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10시에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부패라는 바이러스에 굴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고질적인 부패병 척결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론 부패인식지수(CPI)를 끌어올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약력 ▲서울대 법대 졸업 ▲1981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가정법원·서울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