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 정국의 화두는 단연 ‘박근혜 대세론’이다. 각 언론사가 신년을 맞아 발표한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여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박 전 대표는 신년 여론 조사에서도 2위와의 간격을 30%포인트 가까이 벌려 놓으면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한국 선거정치사에서 대세론이 끝까지 유효했던 적이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박근혜 전 대표의 현재 대세론은 과거 대세론과 분명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2위와의 격차가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대세론이 존재했지만 1위와 2위 간 지지도 격차가 10%포인트 내외였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현재 박근혜 대세론은 국민적 대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둘째, 과거 대세론은 보통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반사이익을 얻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박근혜 대세론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전략적 밀월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난 세종시 문제에서 보듯이 향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할 경우에는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셋째, 박근혜 대세론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층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대세론이 부상하면 부동층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박근혜 대세론에 대항할 수 있는 야권 후보가 아직 부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여하튼 ‘박근혜 대세론’이 빛을 발하면서 당분간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유권자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아주 까다롭고 동시에 현명한 특성을 갖고 있어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바람을 일으키는 속성이 있다. 한마디로 역동적이고 예측불허의 폭발성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등장했던 노무현 바람, 이른바 노풍(盧風)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2001년 11월까지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지만 2002년 3월에 노풍이 점화되면서 노무현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리는 당시 집권당에서 대세론을 이끌었던 이인제 후보가 노풍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현재 추세로 보면 이런 바람이 재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 있는 생명과 같아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국 대선에서는 1위 후보만을 검증하는 이상한 풍토가 있다.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1위를 달렸던 이회창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BBK 의혹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이 빨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야권과 친이계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피상적인 도덕성 검증을 시작할 것이고, 그 시점은 아마도 4월 재·보궐 선거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 전 대표가 이런 검증의 산을 잘 넘기면 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향후 펼쳐질 검증 과정에서 여성, 40대, 중도, 화이트칼라, 수도권 거주자 층이 제일 먼저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현재의 대세론이 위기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대세론은 없다’는 더욱 낮은 자세로 자신의 기득권을 철저히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